육성선수 출신 키움 변상권, 이제 1군 주전 노린다···“이용규 선배 조언에 마음가짐 바꿨어요”[스경X인터뷰]
변상권(27)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지 어언 7년 차가 됐다. 연차에 비해 1군 무대에서 충분한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변상권은 긴 무명 시절을 딛고 작심한 듯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어쩌면 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변상권은 지난 1일 급하게 1군 엔트리로 콜업됐다. 에이스 외인 타자 로니 도슨(29)이 전방 십자인대 손상 진단을 받으며 경기에 출전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변상권은 도슨의 자리였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게 됐다. 프로 데뷔 이래 1군에서 처음 맡는 테이블 세터였다. 그는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처음에 2번 타자로 나간다고 했을 때는 떨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자리를 100% 메꾸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팀에 피해를 안 끼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변상권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지난 1일 NC전에서 5타수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키움은 4회까지 NC에 3-9로 끌려가다가 14-9로 역전승했다. 후반부 키움이 득점한 이닝은 전부 선두 타자 변상권의 안타로 시작됐다. 테이블 세터로서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변상권은 “주자가 있을 때 잘 쳐야 하는데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음이 더 편하더라”라며 “최대한 출루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상대 팀 실수가 있어서 운도 좋았다”라고 당시 경기를 회상했다.
같은 팀 대선배인 이용규(39)의 조언이 변상권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줬다. 함께 퓨처스리그(2군)에서 훈련하던 시기 변상권은 이용규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하는지 질문했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출루를 목적으로 하면서 편하게 돌아가면 좋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변상권은 “예전에는 초반 경기력이 안 좋으면 끝까지 영향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초반에 안 좋더라도 계속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변상권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했으나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해 넥센(현 키움)의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꾸준히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끝에 2020년 키움의 정식 등록선수로 계약했다. 2021년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뒤 타격이 좋아졌다. 2022시즌 0.310, 2023시즌 0.326을 기록했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오랜 2군 훈련에 상무 생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 변상권은 이제야 비로소 1군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잡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변상권은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라며 “외야수에 이주형이나 도슨 같은 선수들이 있어서 그동안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는데 복수의 선수가 불의의 사고로 빠져 있는 상태에서 좋은 타격 재능을 잘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변상권은 지난 3일 두산전에서도 6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변상권은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경기할 때 생각을 줄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라며 “그 고민이 정리가 어느 정도 된 시점에 1군으로 콜업돼서 좋은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안타를 쳐서 점수를 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라며 “매 타석을 아까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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