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 무역 차단할수록… 韓·美 더 매력적인 파트너 될 수 있어”[문화미래리포트 2024]
(3) 웬디 커틀러 亞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
두개의 전쟁속에도 무역은 성장
같은 진영간의 교류 훨씬 늘 것
美,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법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만 성공 가능
中, 부동산 등 경제역풍 불지만
신흥기술 분야 강점 무시 못해
韓, 양국과 동시 협력 어려워져
혁신 산업 키워 경쟁력 갖춰야
워싱턴=글·사진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세계화 시대에 살았는데, 비용 감소와 효율성 극대화가 이 무역을 이끄는 최우선 요소였습니다. 이제 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난 7월 8일 미국 워싱턴DC ASPI 워싱턴사무소에서 가진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중동 등 두 개의 전쟁이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전 세계 무역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도 “두 개의 전쟁에도 전 세계 무역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갈등 속 한국이 취할 전략에 대해 “무역파트너를 보다 다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적 산업과 제품을 지속 육성하고 이를 통해 중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 공약에 대해 “세계 경제와 무역 전반에 매우 부정적 역할을 미칠 것”이라면서도“기회도 있다. 중국과의 무역을 더 많이 차단하면 한국은 더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두 개의 전쟁이 세계 경제·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우리는 이미 운송로 차단과 관련된 영향을 목격했다. 에너지와 식량 수출도 감소했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지정학적 분열을 조장하는 등 전 세계 무역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두 개 전쟁에도 전 세계 무역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세계무역기구(WTO) 전망을 보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무역 패턴 변화도 확인된다. 같은 진영 국가 간에 더 많은 무역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실례로 지난 1∼2년간 중국·러시아 간 무역이 급증한 것을 목격했다. 한국과 미국 간 무역도 증가해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가 됐다. 향후 이 같은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75년 동안 효과적이었던 자유무역과 세계화 시대에 살았다. 비용 감소와 효율이 무역을 이끄는 최우선 요소가 됐다. 이제 각국은 단순히 저비용과 효율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세계화 또는 조정된 세계화가 등장했고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모든 무역에 대해 국경을 닫아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누구와 어떤 기준에서 무역하느냐가 될 것이다. 글로벌무역은 계속 성장하지만 다각화와 위험 완화, 경제 및 국가안보 보호 노력 등으로 일부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WTO 개혁 목소리가 높은데.
“WTO는 글로벌 무역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WTO는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보다 확실성을 제공하는 유용한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WTO는 실행 가능한 분쟁해결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무엇보다 비 시장경제에 의한 불공정거래 관행 억제 등에도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WTO를 개혁한다면 가장 중요한 조치는 최혜국대우(MFN) 의무에 구속되지 않는 복수의 부대협정 및 기타협정, 즉 WTO 회원국 간 협정 또는 하위집합 간 협정을 장려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미·중 무역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평가하나.
“오랫동안 미·중 관계에서 경제 분야는 일종의 밸러스트(평형수) 또는 관계 기반으로 불리며 안보나 정치 측면에서 상황이 악화해도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 분야가 긴장·갈등의 영역이 됐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이러한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과나 결과물은 크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수출통제를 강화했지만 실효성 의문도 제기된다.
“먼저 미국이 수출통제 조처를 한 것은 국가안보 우려에 근거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수출통제가 중국의 자립 노력을 가속했다. 하지만 나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무역·투자는 계속 제한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이러한 정책은 첫째, 동맹·파트너와 협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국내정책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한국·일본 등에서는 반도체 분야 수출통제 확대에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동맹들 사이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비공개적으로 이들 국가와 협력하여 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매우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논의에서 (조정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동맹·파트너 사이에 이견이 있다면 (갈등이 외부에 표출되지 않도록) 공개영역이 아닌 비공개영역에서 해결하기를 바라는데 그런 경우 협상 과정이나 합의에 대해 (외부에서)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수시장은 매우 취약해 많은 중국기업이 상품을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세계 각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중국은 과잉생산이 문제라는 사실을 계속 부인하지만 미국·EU는 물론 남미를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도 대응 조처에 나서고 있다. 각국이 중국발 과잉생산에 대처하는 도구나 접근방식은 다르다. 미국은 301조에 따라 관세 인상, 유럽은 보조금 조사에 근거한 잠정관세를 발표·부과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한 접근방식은 없지만 중국 과잉생산에 영향받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우려 사항과 사용 중인 수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중요하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이 현재 부동산 위기, 소비자 및 투자자 신뢰 부족, 지방정부 부채 증가 등 경제 역풍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과감한 조치와 구조개혁을 취하는 것은 중국 정책 입안자와 지도부의 몫이며 이는 성장 속도·범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많은 강점을 가졌다. 특히 신흥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과 더 많은 경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미·중 경제 갈등, 공급망 단절 속에서 한국이 취할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은 좋든 싫든 미·중 양국의 중간에 있다. 한국은 미국과 매우 강력한 경제 및 안보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과도 긴밀하고 복잡한 상업적 관계를 맺고 있어 하루아침에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노력해 왔고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다. 특히 양국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한다면 한국이 양국 모두와 협력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역파트너를 보다 다변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가장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FTA 파트너를 넘어 다른 개별 파트너 또는 파트너그룹이 있는지, 무역 어젠다를 추구하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할 수 있는지 더 살펴야 한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선하면 10% 보편관세 등 고관세 정책을 공언하는데.
“트럼프의 관세 및 기타 정책 발표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가 (거론한) 모든 정책을 추진할지, 어떻게 추진할지 말하기는 이르다. 예를 들어 10% 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한다면 한국 같은 FTA 파트너는 제외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가 내놓은 관세 발표를 보면 전체적으로 10%, 중국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세계 경제와 무역 전반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내 공급망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같은 아시아국가들도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일 것이다. 그렇지만 기회도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더 많이 차단하면 한국은 더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한·미 FTA 재협상 우려도 나오는데.
“한·미 FTA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대대적인 재협상을 거쳤다. 두 차례 큰 재협상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또다시 협상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특정 분야에서 협정을 갱신한다면 전체 협정문을 고치는 대신 부속서한을 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협정 전체를 재협상하려 한다면 서울과 워싱턴DC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내용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관심 높은 분야 중 하나는 한·미 FTA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원산지 규정이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한·미 원산지 규정은 USMCA의 75% 지역 가치 생산 요건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다.”
USTR 부대표 등 30년간 통상외교…한미 FTA 성사시킨 주역
■커틀러 부회장은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협정을 최종 성사시킨 주역으로 잘 알려진 미국 내 대표적 통상전문가다. 1983년 상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8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자리를 옮겨 2015년 부대표 대행으로 퇴임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미국 통상외교의 최일선에서 활약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중 무역협상,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 협상, 미·인도 무역정책포럼 등 다양한 협상에 참여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한·미 FTA 협상을 꼽는다. 그는 “한국 경제가 막 변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던 시기에 협상에 참여해 양국 관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우여곡절도, 불확실성도 많아 협상 막바지까지 타결 여부가 불투명했던 매우 어려운 협상이었기에 항상 애정을 갖고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USTR을 떠난 직후인 2015년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에서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줄곧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무역정책에 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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