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서 나온 홈런 vs 최고로 잘 친 홈런” KIA 김도영·꽃범호 동상이몽…선수들도 해설위원도 ‘깜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밀어서 친 홈런? 밀려서 나온 홈런.”(김도영) “최고로 잘 친 홈런.”(이범호 감독)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올 시즌 종종 우측으로 홈런을 생산한다. 1~2년차와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우타자가 우측으로 홈런을 친다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코스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타격 타이밍이 늦어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김도영은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2-3으로 뒤진 5회초 1사 2루서 한화 오른손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에게 볼카운트 2B2S서 5구 149km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간 패스트볼을 힘 있게 밀어 역전 결승 투런포를 뽑아냈다. 비거리가 110m이긴 했지만, 아치가 아닌 라이너성으로 날아간 타구였다.
이 타구를 두고 김도영은 “밀어서 친 홈런이 아니라 밀려서 나온 홈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안 좋을 때 나오는 현상이다. 감이 안 좋을 땐 한 순간에 좋아지는 건 아니다. 하나씩 치다 보면 자신감을 얻다가 확 살아난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도,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해설위원도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중계를 통해 “작정하고 홈런을 친 것 같다. 좌타자가 정확히 끌어당긴 것처럼 강하게 날아갔다. 낮은 변화구에 스윙이 나와도 (높은 코스 공략의 사전 작업)움츠러들지 않는다. 빨래를 널어야 한다. 공이 방망이에 찍혔다”라고 했다. 극찬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4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그 높이에서 칠 수 있는, 최고로 잘 친 홈런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본인은 본인 자세라는 게 있으니까. 그 자세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할 땐 바깥쪽 그 높은 코스에는 그렇게 쳐야만 홈런이 나온다”라고 했다.
느린 그림을 보면, 김도영의 얘기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 밀려서 나온 홈런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제대로 힘을 실어 찍어 쳤다. 진짜 밀려서 나온 타구라면, 우측 담장을 넘어가기 전에 우측 외야 담장 방향으로 파울이 됐다고 봐야 한다.
이범호 감독도 “빗맞은 게 아니다. 너무 잘 맞았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온 거죠. 빗맞았으면 공이 휘었을 것이다(파울이 됐을 것이란 얘기). 잘 맞았고, 완벽한 코스로 눌렀다. 방망이가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이 휘지 않는 것이다. 밀렸으면 공이 바깥으로 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제일 잘 친 거죠”라고 했다.
중계방송을 보면 최형우는 흐뭇한 표정이고, 양현종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실책으로 선제 3실점 빌미를 제공했던 박찬호는 토끼 눈을 뜨며 놀랐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KIA 선수들도 놀랐다고 정리했다. 이쯤 되면 김도영의 얘기는 겸손에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 아니면 자신에게 엄격한 선수라고 봐야 한다.
이 홈런만 봐도 고졸 3년차, 21세 타자가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형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여기서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범호 감독은 “지금도 클러치 능력은 충분하다. 국가대항전이나 큰 대회를 한번 치르고 오면 노림수나 투수에 대한 반응이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은 있다”라고 했다.
아직 김도영에게 성인 레벨에서의 국제대회는 작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 전부다. 그래서 다가올 11월 프리미어12가 관심사다. 이변이 없는 한 김도영의 발탁은 확실하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도 타격은 완벽하다. 지금 그 나이에 점점 진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클 수 있도록 잘 관리를 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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