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묻다

성도현2 2024. 8. 5. 10: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이은준 교수 본인 제공

자연스러운 구분: 예술성과 비 예술성

인공지능(AI)으로 예술을 하는 시대다.

AI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표현하며 아예 AI가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AI예술 작품과 전통적 과정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형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피카소(Pablo Picasso)의 추상화는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예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마찬가지로, AI 예술 작품 중에서도 작가의 의도가 정교하게 담겨 있고, 메시지가 울림이 큰 작품이 있다.

AI 예술의 가능성은 바로 이러한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게르니카, 1937년작 출처: 피카소 위키피디아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순한 추상화가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담은 예술적 표현이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고통을 담았다. 일부 관람객은 괴기한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서 작품 자체를 예술로 인정하게 됐다.

관람객은 피카소가 바라본 내전 피해자의 고통을 보며 그가 가진 예술적 감성을 전달받아 작품이 비로소 예술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예술 작품과 작가의 철학

예술 작품을 평가할 때는 작품의 심미성뿐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은 물론 그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과정도 함께 봐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은 그가 겪은 삶의 고통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고흐의 작품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유는 그림뿐이 아니라, 자기 내면세계와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술적 표현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 앞에서), 1890년작 출처: 고흐 - 위키피디아

고흐의 그림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 앞에서)'은 그의 심오한 감정과 철학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고흐가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던 때에 그렸다. 작품에 심리적 고통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반영하고 있다. 배경에 있는 암울한 분위기와 고개를 숙인 노인의 모습은 인간의 슬픔과 고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른 이유에서 작품 속 슬픔이라는 감정에 공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예술로 힘을 얻게 된다.

별이 빛나는 밤에, 1889년작 출처: 위키피디아

고흐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독특한 붓질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그의 정신적 고통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단순한 자연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자기 내면세계와 감정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반짝이는 밤의 정경을 표현한 색채와 동적인 붓 터치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여기에 고흐는 자기가 느낀 고독과 절망, 경이로운 자연을 주관적 표현으로 담아 관람객은 작가의 감정 표현에 환호했고 예술 작품으로서 가치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또한 훗날 많은 이가 그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이렇듯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품 자체를 오롯이 보고 즐기는 것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과 작가가 내포한 상징적 의미를 함께 파악한다. 그러면서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며, 예술의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작품은 관람객에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알게 하면서 심미성을 더욱 높인다. 작품의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관람객에게 울림을 줬을 때 예술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AI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철학과 의도가 확실하게 담긴 AI 예술은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을 안겨줄 수 있다.

AI가 제작한 작품이 모두 같은 그림이거나 비슷한 예술의 가치를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AI 예술 작품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각기 다른 예술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다양화한 예술의 표현 방식

카메라의 등장, 컴퓨터의 발전, 인터넷의 보급 등은 모두 예술의 표현 방식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AI 예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누구나 AI 도구를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작가의 깊은 고민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현대에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소지하는 지금 이 시대에 그들 모두를 예술가로 볼 수는 없다. 즉, 도구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좋은 도구라서 많은 이가 AI를 사용하였을 때 '예술과 비(非)예술의 경계가 좁아지는 것을 걱정한다.

AI로 생성된 이미지가 현재는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관람객이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AI 예술이 단순히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창작자의 철학과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일 때 가능하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작가의 철학에 있다.

AI 예술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산물을 넘어 예술적 의미를 담을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