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발가락 없는 아이 태어나"…北 덮친 '유령병'에 발칵

김소연 2024. 8. 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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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령병'이라 불리는 정체불명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북 전까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다는 이씨는 "내 아들은 유령병에 걸린 환자 중 한 명이었다"며 "길주에서는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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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폭파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사진=연합뉴스

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령병'이라 불리는 정체불명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핵실험장 주변에서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채로 태어난 신생아들이 늘고 있다는 것.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은 2015년 북한을 탈출한 이영란씨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탈북 전까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다는 이씨는 "내 아들은 유령병에 걸린 환자 중 한 명이었다"며 "길주에서는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의사들은 정체불명의 질병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다"며 "유엔이 제공한 의약품은 북한 고위 관리들이 사재기하고 있고, 무료 의료 제공 약속과 달리 약국 선반은 텅 비어있다"고 토로했다.

공공 의료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은 중국에서 밀수된 암시장 약품에 의존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2014년 10월 27세의 아들이 미열 증세를 보여 암시장 약품을 먹였지만 소용없었고, 병원에 데려가자 '폐에 1.5cm와 2.7cm 크기의 구멍이 있다'고 하더라"며 "폐에 1.5cm와 2.7cm 크기의 구멍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5년 2월 중국으로 넘어갔고 후 그해 8월 한국에 오게 됐다. 탈북 후에도 북한에 남은 아들을 위해 병원비를 보내는 등 뒷바라지를 했다. 연락할 수 있는 중개인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것.

하지만 2018년 5월 결국 아들을 잃었다. 이씨 역시 탈북 후 한국에서 방사능 검사를 받았고, "노출 수준이 매우 높고, 백혈구가 매우 낮다"는 진료 결과를 받았다. 이씨는 "여기저기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잘 걸을 수 없었다"며 "두통 때문에 1년에 여섯 번이나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길주 출신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올해 2월 북한 풍계리 일대에서 원인 모를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을 검진한 결과를 공개했다.

검진 결과 북한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일부에서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북한자유주간' 행사 일환으로 진행된 '길주군 탈북민의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경훈씨는 "동네에 환자가 늘어나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고 했을 때 주민들은 귀신병(유령병)에 걸렸다고 말을 많이 했다"며 "당국에선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고 '고난의 행군' 때문에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 구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수복씨도 "군인들이 오기 전에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는데 점차 결핵, 피부염 환자가 많아졌다"면서 "사람들은 '귀신병'에 걸렸다면서 무당을 찾아가고 했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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