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얼굴 없는 작가’… 유쾌한 ‘큰 그림’ 들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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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도록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해 온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HuskMitNavn). 얼굴과 이름은 드러낼 수 없어도 자신의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강렬하게 각인되길 바라는 듯하다.
전시 제목이 의미하는 '큰 그림'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맥락 안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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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해주세요’뜻
사비나미술관서 개인전
20년이 넘도록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해 온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HuskMitNavn). 얼굴과 이름은 드러낼 수 없어도 자신의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강렬하게 각인되길 바라는 듯하다. 예명인 허스크밋나븐이 덴마크어로 ‘내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뜻인 걸 보면 말이다.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이 ‘얼굴 없는 작가’는 국내엔 아직 덜 알려져 있으나 이미 유럽에선 탄탄한 명성을 쌓았다. 만화, 그라피티,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언어로 치환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융합형 예술가’로도 불린다.
허스크밋나븐의 독특한 작품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한국 첫 대규모 개인전 ‘더 빅 픽쳐스’(The Big Pictures)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개막(7월 25일)을 열흘 앞두고 방한한 작가가 매일 9시간씩 그린 대형 그라피티(427×1200㎝) 3점을 포함해 회화, 판화, 영상, 오브제 등 총 158점이 소개된다. “미술보다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매체가 활용된 게 특징이다. 이 중 벽화는 전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공개되며 종료 후 제거되는 게 흥미롭다. 즉, 한국 관람객들만을 위한 ‘지금, 여기’의 예술인 셈이다.
그라피티 작업이라는 ‘거리의 예술’에서 출발한 작가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전쟁, 질병, 불평등, 차별 등 전 세계 공통의 사회 문제를 다루며, 관람객의 능동적 참여를 촉구한다. 그렇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 읽은 프랑스와 벨기에 만화의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익살스럽다. 이야기는 간결하고 메시지는 명확하며, 색상은 밝고 다채롭다. 개막일인 지난달 25일 사진을 찍지 않는 조건으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작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전시는 그러한 비전과 철학을 오롯이 담아냈다.
‘공원에서’ ‘거품목욕’ 등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일상적인 풍경을 하고 있지만, 발상과 표현 방식은 평범하지 않다. A4 용지 한 장을 찢고, 접고, 구부려 움직임과 공간감을 강조한 3차원(D) 입체 드로잉만 보아도 그 비범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종이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한껏 발휘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이 의미하는 ‘큰 그림’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맥락 안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싶다”고 한 작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그는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의 ‘큰 그림’ 안에서 각자의 우주를 발견해 볼 기회다. 그것은 상상보다 훨씬 더 크고, 놀랍고, 아름다울 것이다. 10월 27일까지, 입장료는 1만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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