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먹는 하마칩은 가라… 반도체 ‘저전력’ 승부수[ICT]
일반 D램의 2배 처리속도에
전력소모까지 줄여 이목집중
모바일 넘어 서버·HPC 확장
삼성, LPDDR5X 첫 동작검증
SK, 5X 업그레이드 첫 상용화
인공지능(AI) 학습과 훈련 고도화로 막대한 데이터 연산·처리를 위한 전력 소모가 대폭 늘어나면서 ‘저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AI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 5월 실적 발표회 이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을 사용해 서버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LPDDR은 저전력 반도체 중심에 있는 제품이다. DDR의 경우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일반 D램(1개)의 2배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LPDDR은 여기에 전력 소모까지 줄인 모델이다. 통상 고성능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탑재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을 넘어 서버·고성능컴퓨팅(HPC)·전장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최근엔 D램을 쌓아 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마찬가지로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LPDDR을 쌓는 기술 역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B200에도 LPDDR이 16개나 탑재된다.
이처럼 저전력 반도체의 쓰임새가 확장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LPDDR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제품에 최적화된 7세대 저전력 메모리 D램인 ‘LPDDR5X’ 동작 검증을 업계 최초로 성공했다. 업계 최고 속도(10.7Gbps·초당 기가비트)인 5X는 지난 4월 개발이 완료됐으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소비 전력이 25% 이상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성능과 속도에 따라 전력을 조절하는 신기술도 적용됐다. 이번 검증은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디어텍의 최신 플래그십 모바일 앱 프로세서(AP) ‘디멘시티 9400’에 5X 기반 16GB 패키지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적화된 성능을 확인한 만큼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모바일용 LPDDR5T D램을 지난해 말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데이터 처리 속도(9.6Gbps)는 풀 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이지만, 마찬가지로 전력 소비를 크게 낮췄다. SK하이닉스는 6∼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행사인 ‘FMS 2024’에 참가, 권언오 부사장이 직접 해당 제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용 D램에서도 ‘저전력’ 패권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7세대인 GDDR(Graphics DDR)7을 개발했는데,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전력 효율이 20%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등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응용처 사용을 위해 초저전압을 지원하는 옵션도 제공, 올해 내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GDDR7은 동영상·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D램 표준 규격이다. 하이엔드용을 제외한 AI 서버에 탑재되는 등 높은 활용도 탓에 최근 업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HBM 대신 GDDR(6세대)을 사용 중이다. 이 같은 수요 급증에 따라 SK하이닉스도 지난달 30일 전력 효율을 이전 세대 대비 50% 이상 향상한 GDDR7을 공개했다. 이상권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압도적 속도와 전력 효율로 현존 그래픽 메모리 중 최고 성능을 갖춰 AI, HPC, 자율주행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서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쿼드러플레벨셀(QLC) 기반의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대거 도입, 낸드 시장도 저전력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QLC SSD로 전환하면 전력 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낸드 업계 1위 삼성전자는 현재 초고용량 64TB eSSD를 개발하고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차세대 제품인 128TB SSD 개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128TB의 eSSD를 출시해 초고용량 낸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현재 준비 중인 256TB 용량까지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 용어설명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 주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D램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1개인 일반 D램과 달리 2개의 통로를 갖춰 처리 속도가 빠르며, 동시에 전력 소모까지 줄인 모델로 현재 7세대(5X)까지 개발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라 서버·고성능컴퓨팅(HPC)·전장 등으로까지 쓰임새가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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