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켜본 양궁과 사격의 슛오프[파리에서 생긴 일]
2024 파리 올림픽의 금빛 환희가 어느 때보다 짜릿한 원인에선 ‘슛오프’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금맥이 터진 양궁과 사격에서 유독 명승부가 많았죠. 축구로 따지면 승부차기로 볼 수 있는 슛오프에 돌입할 때면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도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봅니다.
슛오프가 흥미로운 것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겁니다. 양궁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자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신화를 완성한 여자 양궁에선 ‘강심장’이 부각됐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4강에서 네덜란드, 결승에선 중국을 각각 5-4로 꺾었는데, 중계 화면에 나오는 심박수에 눈이 절로 갔습니다.
무명의 베테랑 궁수 전훈영(30·인천시청)이 ‘신 스틸러’였습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 슛오프에서 떨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합니다. 그런데 전훈영은 슛오프에서 첫 발을 쏘는 부담을 안고도 일반인이 쉴 때와 비슷한 74~89BPM 사이에서 활 시위를 당기면서 10점을 쐈습니다. 중국의 첫 주자였던 안치쉬안이 108BPM까지 치솟는 바람에 8점에 그쳤던 것과 비교됐습니다. 당연히 그 차이가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대한양궁협회는 2019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심박수 중계를 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을 시작했다고 하죠. 사람이 많은 야구장과 축구장에서 활을 당기는 훈련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슛오프에서 그게 힘을 발휘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이었던 여자 25m 권총은 거꾸로 선수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양지인(21·한국체대)이 결선에서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와 37점으로 동률을 이루면서 슛오프에 돌입했는데,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한다면 양지인이 5발 중 4발을 표적지에 맞춘 반면 예드제예스키는 1발만 맞췄죠. 첫 보도에선 무표정의 사수 혹은 무심의 사격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사실은 달랐습니다. 양지인이 예드제예스키의 표적지를 힐끔 바라보면서 “한 발만 더 실수하길 바랐다”고 고백한 겁니다. 평소 남의 점수는커녕 내 점수도 안 본다는 양지인이 올림픽 무대의 무게에 짓눌렸다는 의미인데, 상대인 예드제예스키는 그 이상으로 휘둘린 게 역력했습니다.
양궁의 마지막 금메달이 걸렸던 남자 개인전에서도 어김없이 슛오프가 나왔습니다. 남자 양궁 첫 3관왕에 오른 김우진이 준결승과 결승에서 두 차례 모두 10점을 쏘면서 자신이 왜 양궁의 고트(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불리는지를 입증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그리고 올림픽까지 결승만 오르면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그의 침착함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김우진의 슛오프에서 주목할 부분은 점수로 끝나지 않는 난이도였습니다. 김우진은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과 결승에서 맞붙었습니다. 마지막 5세트부터 슛오프까지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씁니다. 그리고 승자는 김우진이었는데, 차이는 과녁의 정중앙에서 누가 더 가깝느냐였습니다. 공식 기록지에는 김우진이 10+, 엘리슨이 10이었습니다. 그걸 구체적인 숫자로 말한다면 김우진이 마지막으로 당긴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서 55.8㎜로 엘리슨(60.7㎜)보다 4.9㎜ 가까워 금메달을 가져갔죠.
엘리슨 입장에서 허탈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마지막 화살이 담긴 의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우진이 “바람이 부는 것을 감안해 3시 쪽을 강하게 슈팅했다”고 밝혔는데, 엘리슨이 멋쩍은 표정으로 “난 그냥 중간으로 쐈다”고 말했거든요. 엘리슨이 진심으로 김우진의 금메달을 인정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종목에서 이런 긴장감을 줄 수 있을까요. 양궁이 막을 내린 가운데 아직 대회가 남은 사격에서 또 다른 명승부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문] 김준수 측 2차 입장문 “김준수 명백한 피해자, 어떠한 잘못도 없어”
- 쯔양 “있는 대로 다 말할 것”···‘구제역 공갈 혐의’ 재판 출석
- ‘세계는 지금’ 美 트럼프 2기는 ‘공화 천국’?···차기 내각의 구성원 조명
- [종합]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에이핑크 윤보미, ‘나솔사계’ MC 신고식 완료! “빠짐없이 다 안다”
- 세이마이네임 키운 김재중의 성공···프랑스 공영방송채널 다큐서 조명
- 가수 태양, 비스테이지로 공식 팬 커뮤니티 오픈
- TWS(투어스), 신보 콘셉트 필름 추가 공개! 겨울 감성 가득 ‘첫사랑 소년美’
- 뉴진스 민지·하니, 日 매거진 ‘SPUR’ 2025년 1월호 표지 장식
- [종합] 김재중, 부모님 금술까지 챙긴다고? “내 카드 많이 쓰셨으면” (편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