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단골송… ‘모두의 평화를 상상해보세요’[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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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페달에 부하가 걸려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엔진오일 역할을 하는 노래가 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할까'(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앤디 윌리엄스가 부른 영화 '러브스토리' 주제가인데 개봉(1971) 당시 극장 앞에 붙어 있던 포스터 문구를 나는 아직 도려내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세상의 그 많은 노래 중 올림픽 개·폐막식에 유독 '이매진'이 자주(무려 6번) 선곡되는 이유를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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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페달에 부하가 걸려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엔진오일 역할을 하는 노래가 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할까’(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앤디 윌리엄스가 부른 영화 ‘러브스토리’ 주제가인데 개봉(1971) 당시 극장 앞에 붙어 있던 포스터 문구를 나는 아직 도려내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한 두 사람 사이에 왜 이토록 슬픈 노래가 흘러야 하는가.” 이어지는 노래 가사에는 수천 년에 걸친 인류사적 질문과 대답이 응어리져 있다. ‘사랑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가’(how great a love can be) 유별났던 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을 보면서 예술과 스포츠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부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다.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떠나는 것은 그 사람이며 남아있는 건 나 자신이다.” 그날 수없이 많은 사람이 빗속에서 뗏목 위에서 궁에서 탑에서 등장하고 퇴장했으나 여전히 떠나지 않고 누군가 가슴 한가운데를 휘젓고 다닌다면 그는 이제 당신의 일부가 된 것이다.
‘사랑의 단상’은 책(1977)에서 영화(2017 ‘렛 더 선샤인 인’)로 꼬리가 연결된다. 영화에 나온 배우 겸 가수(필리프 카트린)가 이번 개막공연(소제목 ‘축제’)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파란 망사 옷을 걸친 디오니소스(술의 신)로 분장하고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는데 문제는 제목처럼 자신도 거의 벌거벗고 무대에 나왔다는 점이다. 논란이 일자 그는 노랫말을 빌려 ‘우리가 벌거벗고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까’라고 반문했다. 무장해제를 복장 해제로 구현했다는 건데 어쨌든 자신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거라 해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무대 안팎의 소란이 끝난 후 존 레넌의 ‘이매진’을 쥘리에트 아르마네가 이어받은 건 ‘꼬꼬무’ 구성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으리라. 여기서 잠깐 세상의 그 많은 노래 중 올림픽 개·폐막식에 유독 ‘이매진’이 자주(무려 6번) 선곡되는 이유를 ‘상상’해 보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상상과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게 이유일 것이다. 편견과 차별이 없다면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Imagine there’s no heaven)라고 권하지 않을 거다. 나라(국경)도 없고 (배타적인) 종교도 없고 재산으로 사람들을 나누지도 않는 세상. 결국 핵심은 인류 전체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이라고 속삭이는데 왜 이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이런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몽상가(a dreamer)로 취급할까.
좋은 생각을 헛된 꿈이라 간주하는 사람이 많다면 좋은 세상이 아니다. 해보기는 한 걸까. ‘해보면 쉬워요’(It’s easy if you try) 꿈을 접지 않고 ‘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는’(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사람이 늘어간다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 Wide Open)라는 올림픽의 목표도 구호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 될 거란 기대는 광고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시장의 카피, 우렁찬 웅변, 장황한 설교와 달리 3분가량의 노래에 품은 평화의 기원은 여전히 살아있다. 파격의 연출자는 ‘이매진’을 연주한 피아노를 불태워버렸다.
하지만 그 불씨는 예술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성화처럼 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사랑의 단상’이 피운 작은 불씨가 영화(성화) 속에서 주문을 걸듯이. ‘세상이 어둡다고 느끼신다면 먼저 내면에서 빛나는 태양을 찾아보세요’(Let the sunshine in)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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