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무덤' 부산항…장기 방치된 97척 둥둥, 13년 된 폐선도

유영규 기자 2024. 8. 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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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선주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한 선박 내부를 들여다보자 160t가량의 기름이 보였습니다.

한 선주는 두 선박을 가리키며 "선박 수평이 맞지 않을 경우 한쪽 편에 무게가 쏠려 구멍이 생기기 쉬운데 저러다 침수되거나 기름이 새는 등 대형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선원들이 배에서 생활하다가 나오는 쓰레기를 막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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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 5부두에 방치된 선박들

부산항에는 선박들의 무덤이 된 곳이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부산 북항 5부두입니다.

이곳에는 버려지거나 선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방치된 선박 97척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버려진 선박에 가까이 다가가면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날이 더워지자 선박 내 적재된 수백t의 기름에서 나는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웠습니다.

북항 5부두에는 부산항 전체 장기계류 선박 130여 척 가운데 무려 70%가 몰려있습니다.

최소 1년 이상 방치된 장기계류 선박은 선주가 운항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한 뒤 관리하지 않거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압류당하면서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기 계류선박에 적재된 기름

13년 동안 선주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한 선박 내부를 들여다보자 160t가량의 기름이 보였습니다.

이날 비가 온 탓인지 기관실에는 빗물이 가득 차올라 침수 위험이 커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어구를 정리하던 40년 경력의 한 선주는 "옆에 배를 댈 때마다 기름이 새어 나와 근처 선박에 피해를 주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면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1m 간격도 안 되는 선박 사이사이로 파고드는데 배에 묻은 기름을 제대로 닦지 않으면 다른 항구에 입항을 거부당한다"고 토로했습니다.

태풍이 다가올 때면 걱정은 더욱 커집니다.

이곳에 피항 온 선박들은 장기계류 선박들과 함께 정박하는데, 매섭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녹이 슬거나 부식된 선박에 구멍이 생겨 해상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어 그물처럼 뒤섞여있는 장기 방치 선박들 사이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선박들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오른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진 한 선박에는 선체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선박에 쌓여 있는 쓰레기

또 다른 선박의 경우 언뜻 봐도 수백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많은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습니다.

한 선주는 두 선박을 가리키며 "선박 수평이 맞지 않을 경우 한쪽 편에 무게가 쏠려 구멍이 생기기 쉬운데 저러다 침수되거나 기름이 새는 등 대형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선원들이 배에서 생활하다가 나오는 쓰레기를 막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항 5부두에 있는 장기계류 선박 97척 가운데 고위험에 속하는 C등급은 3척, D등급은 6척입니다.

해경이 집계한 선박 침수·해양오염 사고 통계를 보면 2021년 4건, 2022년 4건, 2023년 3건의 사고가 있었고 올해는 벌써 6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17일에는 폭우로 D등급의 한 유조선 기관실이 침수됐는데, 2019년부터 이미 5차례나 사고가 나 해경이 현장 조치한 바 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선주가 장기계류 선박을 정비하거나 재운항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고위험군에 속하는 선박의 경우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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