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판매는 1억명 고객 의미...만족도 높여 2억대 판매 노릴 것”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8. 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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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글로벌 COO 단독 인터뷰
中 시장 무너진 2019년 美시장 맡아
SUV·제네시스 등 고수익 전략 추진
판매량 21% 책임지는 핵심시장 도약
“다음 타깃은 아세안 등 신흥 시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 COO(최고운영책임자).<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1억대를 판매하는 것은 판매량 그 자체보다는 1억 명의 고객이 생긴다는 점에 자축할 일이다. 다음 1억대 판매 달성을 위해서는 아세안과 중동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들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량 9911만 4454대, 조만간 1억대 판매라는 이정표 달성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가진 매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967년 12월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58년 만인 올해 현대차가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1억대 벽을 넘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단일 브랜드로 판매 누계 1억대를 넘은 제조사는 도요타, 폭스바겐, GM, 포드, 닛산, 혼다 등 6곳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1억대 달성까진 걸린 시간은 현대차가 가장 짧다. 도요타는 지난 1997년 창립 63년 만에, 폭스바겐은 창립 69년 만인 2002년에 1억대 이정표를 달성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빠른 시간 내에 1억대 판매 고지를 넘어선 비결로 중국 시장 판매 감소를 미국 시장 공략으로 빠르게 상쇄한 것을 꼽는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2019년 4월부터 미주권역담당을 맡게 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있었다.

무뇨스 사장은 1980년대 프랑스 완성차 그룹 푸조-시트로엥의 스페인 딜러를 시작으로 40여년간 자동차 업계에서만 커리어를 쌓아온 완성차 영업 전문가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는 대우자동차 이베리아법인 딜러네트워크 팀장을 맡으면서 연을 쌓았고, 이후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유럽, 멕시코, 북미, 중국까지 전세계 주요 완성차 시장을 모두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 별 판매 전략을 경험해왔다.

평택항에서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차 차량들.<현대차그룹>
그런 무뇨스 사장이 현대차 미주법인을 맡으면서 주안점을 둔 분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분야였다. 무뇨스 사장은 “판매의 양 보다는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SUV 판매 확대를 통해 평균 판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짰다”면서 “이 같은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현지 딜러사들과의 대화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의 이 같은 전략은 미국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후폭풍으로 현대차의 중국 매출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전체 매출은 2020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10년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당 평균 매출 역시 2010년 1853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4211만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미국 시장의 제네시스 성장 전략도 주효했다. 무뇨스 사장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제네시스 단독 매장을 확대하고 이들 대리점에 고객을 ‘손님’으로 환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고급 브랜드 구축에 힘썼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도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아큐라, 닛산의 인피니티 등 일본 제조사들이 현대차에 앞서 프리미엄 브랜드 분화 전략을 시도했던 시장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판매량을 보이는 브랜드는 렉서스와 제네시스 두 곳이다. 2019년 2만여대에 그쳤던 제네시스 판매량은 2021년 5만여대, 2022년 7만여대로 빠르게 성장했다.

무뇨스 사장의 이 같은 혁신은 줄어든 중국 시장 판매량을 미국 시장 판매량이 상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때 연간 114만대가 팔리며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23%까지 차지했던 중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2021년에는 35만여대, 지난해에는 24만여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연간 판매량 60만대 수준으로 현대차의 3위 시장을 유지하던 미국은 2019년을 기점으로 70만대를 넘겨 국내를 이은 현대차의 글로벌 2위 시장으로 도약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78만여대를 판매해 연간 사상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87만대로 다시 최고 실적을 썼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 시장은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21.2%를 책임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현대차그룹>
향후 미국 시장에 거는 무뇨스 사장의 기대도 크다. 그는 미국 조지아에 지어지고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언급하며 “생산이 시작되면 현대차 전기차 신차 구매 고객들도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세제 혜택에 따라 7500달러의 인센티브 중 일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전세계 판매 순위 3위인 것은 고객들이 원하는 파워트레인 선택권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면서 “제네시스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음 목표인 누적 판매량 2억대를 달성하기 위해 무뇨스 사장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곳은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신흥 시장들이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유럽, 한국 등 성숙 시장에서 현대차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의 시장에서 현대차의 인지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시장은 과거 인도 시장처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인도 시장에 대해 “어떤 모델이 어느 지역에 적합할지, 수출 혹은 현지 생산이 유리할지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한다”면서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는 대단히 뛰어난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 시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10%남짓을 기록하며 국내, 중국, 유럽, 미국에 이은 5위 시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지 전략 모델의 생산과 적극적인 마케팅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만대 판매를 넘겼다. 이는 현대차 글로벌 판매의 14.4%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유럽 시장(12.8%)와의 격차를 1% 포인트 이상으로 벌리며 명실상부한 제2의 해외 시장으로 떠올랐다.

무뇨스 사장이 내세우는 현대차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우리는 고객과 파트너를 대할 때 ‘손님’이라는 한국적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단계에서는 고객을 환대하고, 판매 이후에는 고객들이 차량 소유주로서 겪게 되는 경험 전반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얘기다. 무뇨스 사장은 “차량 1억대를 판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억 명의 고객들이 본인 차량에 만족하는가’”라면서 “앞으로도 상품과 프로세스 개선으로 구매자들의 만족감을 높여야 다음 1억대 판매,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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