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집안일까지 척척?…역할은 어디까지

홍콩, 세종=조규희 기자 2024. 8.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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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00만 외국인력 시대, 우리 옆 다른 우리-③(下)
[편집자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는 92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현재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절벽에 처해있고 2025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외국 노동인력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할 '현상'이 됐다. 100만 외국노동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우리 옆 다른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올바른 다문화 시대 조성을 위한 고민을 풀어본다.
홍콩은 월급 87만원인데…"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서 더 받아야" 왜?
③ 홍콩과 다른 한국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 모여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2024.07.21. /사진=조규희 기자

오는 9월 한국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100명의 제한된 인력이 서울 지역에 한해 공급된다. 벌써 한국인 신청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15대 1의 경쟁률이다.

영어 교육과 돌봄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지만 일각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비교하면서 국내서도 최저시급 이하의 계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인 만큼 '싼 값'에 공급해야 이용자들이 늘고 실제 결혼과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격 조건'이 다른 만큼 한국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만난 38세 엘리는 한국에 가는 가사관리사와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갱신을 통해 6년동안 홍콩 가정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에 가는 가사관리사는 케어기버(Caregiver) 자격증을 보유했으며 잘 훈련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노인 돌봄 등 특별한 돌봄 교육을 듣고 인증받은 전문 인력"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입국하는 도메스틱헬퍼를 위해 따로 마련된 홍콩공항 내 입국장. 2024.07.20. /사진=조규희 기자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도메스틱헬퍼'(Domestic helper)로 분류된다. 케어기버와 비교했을 때 자격요건이 낮고 관련 교육 시간도 적다. 케어기버가 국가 대 국가의 협약(G2G)으로만 송출이 가능하다면 도메스틱헬퍼는 민간 대 민간(B2B)만 계약이 가능하다. 필리핀 인력공급 회사가 홍콩 인력공급 회사와 계약을 통해 홍콩 시장에 공급하는 형식이다.

고령자와 함께 사는 33세 조이는 케어기버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그는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그러한 특별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케어기버"라며 "케기버 자격증이 있으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시장에서 움직이는 필리핀 도메스틱헬퍼는 홍콩의 사용자가 비행기 비용과 보험료를 내줘야하는 한다. 통상 홍콩 가정 내 거주하며 가사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도 홍콩에서 정한 최저 시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33세의 제니는 한달에 5000홍콩달러(약 87만원)를 받는다. 주 6일 근무하며 근무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가정 내 거주하는 만큼 사용자보다 일찍 일어난다. 제니는 "정해진 근무 시간은 없지만 보통 6시에 일어나고 일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9시30분쯤"이라고 말했다.

다른 도메스틱헬퍼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통상 12시간이 넘게 일을 한다. 32세 스코트니는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는데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8시쯤 끝난다"며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면서 10살과 7살짜리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홍콩 센트럴역 인근에서 오후를 보내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 2024.07.21./사진=조규희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오해…"가사에 돌봄까지 하는 만능키 아냐"
④'돌봄'이지 '가사도우미' 아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메스틱헬퍼)가 입주 가정의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4.07.22. /사진=김윤하 피디

오는 9월부터 서울 가정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활동한다. 이달 6일 입국해 3주간의 교육 후 사전 신청한 가족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필리핀가사관리사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그 '역할'을 두고 오해가 많다.

4일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하는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주 역할은 '아이 돌봄'이다. 가사는 아이와 관련된 영역으로 제한한다. 명칭 때문에 가사를 관리하는 것처럼 이해되지만 역할만 보면 '돌봄 관리사'가 적합한 표현이다. 실제 이들이 보유한 자격증도 '케어기버(Caregiver) NC2'다.

양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로 △옷 입히기△목욕시키기 △먹여주기 등 아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사 업무로 규정했다. '아이 돌봄'의 영역 안에서 관련된 가사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동거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양질의 돌봄 전문가를 보내야하는 만큼 필리핀 정부는 자국 내 케어기버(Caregiver) NC2 자격증 보유자만 송출 대상에 포함한다. 이들은 780시간 이상의 아이 ·노인 돌봄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특별 자격을 보유한 만큼 케어기버들은 일본에서는 요양병원 등에서 요양인력으로 활용되며 이스라엘은 우리와 같은 아이 돌봄 인력으로 쓰인다.

집안일에 음식, 청소, 아이 돌봄까지 하는 영어 능통한 가사도우미를 기대하는 일각의 시각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오히려 한국에서 바라는 가사관리사의 형태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하는 '도메스틱 헬퍼'(Domestic helper)에 가깝다. 이들은 통상 고용주의 집에 거주하며 집안 청소부터 음식 만들기, 아이 등·하교 등을 전담한다.

한국에 도메스틱헬퍼가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민간 외국인력 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아서다. 케어기버는 국가 대 국가(G2G) 협약으로 활동이 한 반면 도메스틱헬퍼는 일종의 인력소개소 역할을 하는 필리핀 민간 기업이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국가의 민간 기업과 직접 거래한다. 정부가 향후 민간 외국인력 시장 개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자 발급과 인력관리, 국내 인력시장의 충격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한국에 오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보유한 케어기버(Caregiver)NC2 교육 프로그램.


홍콩,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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