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운동선수다" 'SNS 스타' 사양한 시크 스나이퍼, 새로운 김예지 되기 위한 도전 '스타트'[올림픽]

박찬준 2024. 8. 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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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월드스타가 됐다'는 말이 딱이다.

'시크 스나이퍼' 김예지(임실군청)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 중 하나다.

"여러분이 믿어주신다면 저 김예지 25m 권총에서 무조건 메달갑니다"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김예지는 SNS 영상 하나로 인생을 바꿨다.

그는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또 느꼈다. 그게 발전의 발판이 될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예전의 김예지가 아니라, 새로운 김예지가 되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다.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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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렸다. 사격 김예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프랑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8.4/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자고 나니 월드스타가 됐다'는 말이 딱이다.

'시크 스나이퍼' 김예지(임실군청)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 중 하나다.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러분이 믿어주신다면 저 김예지 25m 권총에서 무조건 메달갑니다"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김예지는 SNS 영상 하나로 인생을 바꿨다. 한 엑스 유저가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주인공 다운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김예지의 경기 영상을 공유했다. 김예지가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지난 5월 바쿠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장면이었다.

영상 속 김예지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한 뒤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곧이어 표적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고 뒤로 돌아섰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순간인데도 미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흡사 '여전사'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김예지가 경기장에 코끼리 인형을 달고 다니는 평소 모습이 공개되자,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는 여전사'라는 반전 매력까지 더해지며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가세했다. 그는 엑스를 통해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고 적었다. 또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예지 신드롬'의 기폭제가 됐다. 영상은 수천만뷰로 이어졌고, CNN과 타임,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글래머, GQ 등 해외 유수의 언론사들이 김예지를 소개했다.

김예지는 "처음에는 '왜 그분이 저를…' 이라는 생각으로 당황스러웠다. 워낙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댓글 많이 달고 하시더라"라며 "머스크 덕에 사격이 어쩌면 조금이라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야기한 액션 배우로의 변신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엇다. 그는 "나는 운동선수다. 영화에 출연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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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는 25m 권총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은 듯 했다. 김예지는 본선에서 0점을 쏘는 치명적 실수를 하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김예지는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주셨을 텐데 '빅이벤트'(0점)를 선사하는 바람에 여러분의 실망이 커졌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 김예지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속상한 마음도 들고, 죄송한 마음도 들고, 4년 동안 준비한 게 허탈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국민들께 금메달 약속한 부분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어 "열심히 해서 사격이 멋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더 아쉽더라"고 했다.

김예지는 파리올림픽을 마무리했지만,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방송 출연도 잡혀 있고, 다양한 축하 행사도 있다. 그의 SNS에 메시지를 보내준 전 세계 팬들에게 답장도 해야 한다. 악플도 섞여 있지만, 그는 "인기가 조금은 실감 나지만, 그 뒤에는 따르는 책임도 있다. 제가 말한 부분을 지키지 못한 것도 책임져야 한다. 제가 짊어질 부분"이라고 의연히 말했다. SNS 스타가 아닌 사격 선수 김예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또 느꼈다. 그게 발전의 발판이 될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예전의 김예지가 아니라, 새로운 김예지가 되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다.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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