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이 윤석열을 심판한 결과”···국힘 전당대회 그 후

전혜원 기자 2024. 8. 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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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으로 내몰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되었다. ‘친윤’은 패배했다. 그러나 원외 인사인 한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 역시 부족하다.
7월23일 경기도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선출됐다. 왼쪽부터 인요한·김민전·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시사IN 신선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23일 전당대회에서 62.84%를 득표해 새 당대표에 당선됐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8.85%), 나경원 의원(14.58%), 윤상현 의원(3.73%) 득표율을 모두 합쳐도 37.16%에 불과하다. 당초 한동훈 대표가 과반을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짓느냐, 결선투표까지 가느냐가 관심사였다. 원희룡-나경원 후보의 단일화도 거론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세 후보가 모두 단일화를 했어도 결선 없이 한동훈 대표가 당선되는 구도였다.

국민의힘 당대표는 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로 선출된다. 한동훈 대표는 여론조사(63.46%)에서만이 아니라 당원 투표(62.65%)에서도 압승했다. 반면 선거 과정에서 사실상 ‘친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운 원희룡 후보는 당원들 사이에서도 19.04%밖에 얻지 못했다(여론조사는 13.45%). 정치 고관여층인 당원들의 선택은 여론조사와는 다를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는데,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보수 내부가 총선 대패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의제가 숨어 있는 선거다. 당원들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정 평가가 60%다.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동훈이 소환된 것 자체가 선거 이후 비윤 내지 반윤으로 내몰리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은 오히려 한동훈에게 유리했다. 친윤 대 반윤 구도를 강화하고 나경원 등 비윤 후보의 입지를 좁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윤계의 선거 전략은 근본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친윤’은 패배했다. 하지만 친윤과 반윤의 갈등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뇌관은 채 상병 특검법이다. 한동훈 대표는 당대표 출마 일성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찬성하겠다고 했다. 단,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처럼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게 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놓쳤다”라는 이유에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입장과 배치된다.

문제는 당내 장악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을 두고 “절대 당론은 못 된다. 나 같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한동훈이 당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뭘 바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의원들도 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인데, 한동훈이 하란다고 하겠나?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의원들이 대통령을 배신하고 한동훈에게 붙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한동훈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체 9명으로 구성되는 최고위원 중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2명(장동혁·진종오)을 확보했지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3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튿날인 7월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당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회 운영에 관해 당대표의 의사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당대표는 당 전체를 대표하고 원내대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을 대표한다. 법안 통과는 의원들이 하는 만큼, 당대표보다는 원내대표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며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한동훈 대표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없는 집 집안싸움도 아니고 그래 봤자 ‘108번뇌(의원 108명)’인데 당이 쪼개지진 않을 거다. 다만 향후 지도부 안에서 상당한 내홍을 겪을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제로콜라와 맥주로 ‘러브샷’ 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홍철호 정무수석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고있다. ⓒ시사IN 박미소

한동훈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당내 반대를 어떻게 돌파하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7월24일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잘 설명드릴 것이다. 이견을 좁혀가며 토론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기류도 읽힌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7월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앞서 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넘어온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오늘 만약에 채 상병 특검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가 하는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지, 채 해병 사건에 대해서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검이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특검의 부당함을 공격하기 위한 ‘카드’였을 뿐, 특검 자체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친한계 핵심 의원이 말한 것이다. 7월25일 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국회 재투표에서 부결됐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변수다. 7월20일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를 사후에야 보고받아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번 조사의 방식과 절차가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동훈 대표는 당선 당일인 7월23일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동아일보〉가 7월25일 보도했다. 한동훈 대표는 출마하면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도 건의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 당선 일주일 뒤인 7월30일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먼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 다음 날 각각 제로콜라와 맥주를 들고 러브샷을 했다. 7월30일에는 약 1시간40분 동안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배석 하에 비공개 회동도 했다. 하지만 이로써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이 지방선거와 대선을 이기는 데 기여하고도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한동훈 위원장이 (당선)되면 축하 난 같은 거 보내주고 일주일 있다가 (축출 작업을) 시작할 거다”(7월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공개 회동 직후 대통령실이 전임 지도부인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윤계와 친한계가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8월1일 사임했고, 한동훈 대표는 이튿날인 8월2일 4선에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김상훈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지명했다. 이로써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 9명 중 5명을 자기 세력으로 확보했으나 앞으로 갈 길은 여러모로 험난할 전망이다.

어쩌면 당정 관계 우려조차 다소 한가한 걱정일 수도 있다. 현재 보수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보수 내 권력 이동은 일어나겠지만, 한동훈 신임 대표나 대통령실이나 모두 주도권을 쥐기는 어렵다. 특히 한동훈 대표 입장에선, 택할 전략적 옵션이 마땅치 않다. 조귀동 전략실장은 “한동훈이 성과를 내려면 ‘내가 가자는 길로 가면 보수가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2026년 지방선거에서, 나아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미사여구를 던지는 데서 그치지 말고 민생 법안으로 전선을 만들든 해서, 보수가 어떻게 사회경제적 약자나 중도층 등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인물과 정책과 슬로건으로 설득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거 전까지 그게 가능한 곳은 국회 내인데, 한동훈은 원외 인사다. 이중 권력 상황에서 영향력을 투사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 조 실장은 말했다. “그래서 보수 언론들이 하나같이 ‘윤석열 대통령이 반성 좀 해야 한다’고 쓰는 거다. 보수의 혁신에서 결국 키를 쥔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변해야 보수가 산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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