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희준 "동시대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로 드리는 것이 최종 목표"

모신정 기자 2024. 8.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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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준은 최근 몇년새 연극 '나와 할아버지'와 '그때도 오늘'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비롯해 올 초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o난감'과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에서 괴물박사, 희대의 살인마, 야망으로 가득찬 국무총리 역을 연달아 선보이며 연극,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왔다.

매작품마다 관중과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꽉 찬 연기를 선보여왔던 이희준이 올 여름 관객을 웃음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영화 '핸섬가이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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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서 자칭 섹시가이 상구 역 맡아 
배우 이희준/사진제공=NEW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이희준은 최근 몇년새 연극 '나와 할아버지'와 '그때도 오늘'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비롯해 올 초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o난감'과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에서 괴물박사, 희대의 살인마, 야망으로 가득찬 국무총리 역을 연달아 선보이며 연극,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왔다. 

매작품마다 관중과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꽉 찬 연기를 선보여왔던 이희준이 올 여름 관객을 웃음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영화 '핸섬가이즈'로 돌아왔다. 영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는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렸다. 오컬트 장르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핸섬가이즈'는 개봉 이후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인 11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달 29일까지 총 171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파묘', '범죄도시4', '탈주', '하이재킹'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르며 장기흥행을 지속 중이다. 

배우 이희준/사진제공=NEW

이희준이 연기한 상구는 우락부락한 근육과 달리 한없이 세심하고 다정한 성격을 지닌 자칭 섹시가이다. 부끄러움을 잘 타고 말도 느릿하지만 급발진하는 성향이 있다. 물에 빠질 뻔한 여대생 미나를 구한 뒤 묘한 러브라인이 형성돼 즐거워 하지만 새롭게 마련한 집의 악령이 깨어나면서 한바탕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이다. 

- '핸섬가이즈' 출연을 수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 vs 이블'이라는 원작도 있었지만 원작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장면들도 있었다. 고어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오컬트도 셌다. 그런데 남동협 감독님이 대단하시더라. 불편하지 않게 선을 잘 넘나들었다. 공포와 코믹을 오가며 비호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호감있게 변화시키셨다. 

- 상구 역은 평소 극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 외모적으로는 비호감이 강렬한 역할이었다. 감독님은 순간순간 무서운 인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 외적으로 무섭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했다. 사실 의상팀에서 핑크색 점프수트를 줄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는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입어보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성민 선배가 꽁지머리에 목에 강렬한 태닝을 하시더라. 그래서 저도 부황자국도 내고 파스도 붙여봤다. 결국 부황자국으로 결정을 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제 유년시절에 직접 봤던 인물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말도 느리고 바보 같아 보이면서도 귀여운 상구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이미지를 중시하는 편이다. '살인자o난감' 때도 많은 부분을 써치하면서 찾아갔다. 

- 이성민과의 호흡이 궁금하다. 

▶ 이성민 선배님과 저는 연우무대에서 코미디 공연도 많이 했었고 관객들의 웃음을 어떻게 받아서 흘러가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정도로 경험이 많은 편이다. 드라마에서 그런 제안 못받아왔는데 이런 제안이 너무 감사했다. 한번도 상구 같은 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없기에 리스크 안고 가준 것이 남동협 감독님께 감사하다. 저를 100% 믿어주는 것 같더라. 지나고 나니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애초 시나리오 제목은 지옥의 산장이었다. 마이너한 제목을 대중적으로 잘 바꾸신 것 같다. 제가 먼저 캐스팅 되고 성민이 형이 나중에 캐스팅되셨는데 성민이 형이 오셔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성민이 형이 가진 배우 자체의 무게로 이 영화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너한 것에서 A급 경지까지 올린 것은 성민이 형 덕 아닌가 싶다. 

- 코믹 연기를 이렇게 잘 하는데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 '핸섬가이즈'의 상구가 앞으로 이희준의 인생캐릭터에 오를 것 같다. 

▶ 제 입장에서는 똑같다. '살인자o난감'의 성촌도 그렇고 '지배종'의 선우재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하나 덜 노력한게 없다. 어떤 캐릭터가 더 소중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 같이 퍽퍽한 시대에 웃음을 드릴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 몇 초만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상빈이 악마로 변하고 상구와 재필이 좋아하고 있을 때 삽자루로 재필의 다리를 찌르고 상구가 "학생"이라고 부르면서 날아가는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간다. 원래는 CG로 예정이 되어 있었지만 마침 와이어가 준비돼 있었다. 애초 박지환이 트럭 위로 날아가야 했기에 준비돼 있었는데 마침 현장에서 제가 그 와이어를 이용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만화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자'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제가 고집해서 만들어진 장면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 관객들의 웃음이 가장 많이 나온 장면 등에서 전혀 예상 못한 장면이 있다면. 

▶ 시사회 등에서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때 제가 실제 공연할 때처럼 반응이 느껴지니 좋더라. 상구가 "학생은 아직 안죽었군요"라는 대사를 할 때 상구 입장에서는 진지하게 한 명이라도 살아있다는 것이 좋다는 반응인데 그렇게 웃으실 줄 몰랐다. 

배우 이희준/사진제공=NEW

- 박지환과 이규형도 큰웃음을 줬다. 

▶ 연기라는 것이 상대역이 잘 해줄수록 빛날 수 있는 것 같다. 대학생 역의 배우들이나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모두 자기 소임을 잘 해줬다. 박지환에게는 제가 콜롬비아에서 다른 촬영을 같이 하다가 대본을 줬다. 내가 '핸섬가이즈'에 출연하는데 감독님께 네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수락해줬다. 규형이도 그렇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레벨보다 분량이 작은 역할인데 너무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  

- 이성민, 공승연, 이희준의 3인 조합이 안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잘 조화를 이뤘다. 

▶ 성민 선배님과는 20년 가까이 연극을 함께 해왔기에 정말 가까운 사이다. 이번에도 갈등 없이 행복하게 촬영했다. 공승연 배우와도 소통하기가 편했다. 성민 선배와 저랑 밥먹고 술먹는 자리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리액션도 너무 잘해준다. 승연 배우가 그렇게 해주니 우리도 편하게 대할 수 있고 연기 조언도 할 수 있었다. 세 배우의 앙상블이 잘 묻어나서 좋다. 

- 대학생 민아에게 댄스를 춰주는 장면도 백미인데. 

▶ 그 장면은 음악만 알려주시고 아무 이야기를 안해주시더라. 안무가도 따로 없었다. 감독님은 '희준 씨가 잘 추는 춤을 춰라'고만 하시더라. 너무 불안해서 촬영 전날 새벽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다가 절친 배우 김설진이 생각났다. 그와 함께 공연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새벽에 전화해서 이런 장면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어떤 춤이든 상대역에게 플러팅을 하면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제가 추고 싶은 대로 추면서 민아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했다. 그런데 시사회 때 처음 그 장면을 보니 부끄러웠다. 마치 호주에 사는 큰 새가 구애하는 춤 같았다. 블라인드 시사회 때 남자 관객은 싫어하고 여자 관객들은 좋아했다는 반응을 들었다. 

- 최근 주요 작품이 연달아 4편이나 선보였다. 그 사이에 공연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정도면 워커홀릭 아닌가. 

▶ 지금 막 여러 편을 한꺼번에 찍어서 보여드리는 것 같지만 꾸준히 한 작품씩 하고 있다.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 때부터 한 작품씩 꾸준히 촬영했다. 최근 6개월동안 공연도 하고 있다. 연기를 안하는 순간이 오히려 더 허전하다. 한 인물을 준비하고 관찰하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 과정이 행복하다. 그런 과정을 재미있어 한다. 제가 준비한 내용을 이성민 선배님처럼 좋은 배우와 만나서 리허설을 하고 합을 짜고 감독님이 그리는 멋진 그림이 만들어질 때 그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저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 연기를 안하는 순간이 불편하다. 워커홀릭이 맞는 것 같다. 연기를 잊을 것 찾기 위해 그림도 그리고 명상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24시간 연기 생각을 한다. 

- 이 영화에 대한 아내 이혜정의 반응은 어떤가

▶ '살인자o난감' 같은 작품을 할 때는 배역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하다보니 그 마음으로 6~7개월을 산다. 그러다보면 괜히 시비도 걸고 싶고 화도 나고 그런다. 아내는 상구 같은 행복한 캐릭터만 하라고 한다. 찍는 내내 행복했고 와이프에게 짜증도 덜 내고 해서 훨씬 좋았다고 한다.   

배우 이희준/사진제공=NEW

- 드라마와 영화 연기를 계속 하면서도 해마다 연극 공연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공연의 매력은 뭔가. 

▶ 연극할 떄의 가장 큰 행복함은 연습할 때의 행복감인 것 같다. 2달 동안 연습할 때 서로의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도와준다. 공연이 올려지면 상대가 어떻게 연기하든 그 연기를 진짜로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상대 연기가 과하든 이상하든 상관 없다. 공연 전체에서 상대의 연기가 더 잘 보이고 좋아보이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게 연극에서 힐링을 하고 영화 촬영을 하러 가게 되면 신인 배우가 내 상대역으로 왔을 때 어떻게 내가 보완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내가 지적하거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연극은 한 명만 잘 보이면 무너진다. 모든 배역이 살아야 한다. 

-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도전한 것으로 안다. 배우로서 목표 지점은 어디인가. 

▶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나이에 맞게 연기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하고 싶은 게 많다. 갑자기 글 쓰고 싶으면 잠을 안자고 글을 쓰곤 한다.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 더 오래 관객분들과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도 몸을 잘 운용해야 겠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기부를 하는 선행도 좋지만 제 작품과 연기로 웃음을 드릴 수 있고 비극이나 악역을 통해서라도 작품 자체로 즐거움도 드리고 동시대 분들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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