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미네소타와 한글문화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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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이런 연유로 미네소타주는 우리와의 인연도 깊다.
전후 미국으로 입양된 전쟁고아 2만명이 미네소타에서 양부모를 얻었다.
미네소타주는 우리나라 전후 복구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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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미국 본토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주다. 위도상 북한 함경도 회령과 비슷한 지점에 있어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우며 눈도 많이 온다.
이런 연유로 미네소타주는 우리와의 인연도 깊다. 6·25 전쟁 때 극동사령부를 지휘하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요청으로 추위에 강한 미네소타 출신 병사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한국에 파병됐다. 대략 9만5000명의 미네소타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고, 이 가운데 많은 이가 산화했다.
미네소타와 한국의 인연은 입양의 형태로 전쟁 후에도 이어졌다. 전후 미국으로 입양된 전쟁고아 2만명이 미네소타에서 양부모를 얻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시킨 나라의 아이들을 자녀로 받아준다는 결심을 어떻게 이해할까. 숭고함이라는 말로는 절대 부족한 고결함이다.
미네소타주는 우리나라 전후 복구에도 기여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 등 3개 단과대 교직원 226명이 미네소타대학에서 연수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연수생은 귀국 후 국내에 미국식 교육시스템을 접목하고, 대한민국 행정체계, 공중보건체계, 의료체계, 농업체계 확립에 이바지했다. 오늘날 우리의 성공은 미네소타주의 헌신과 희생에 빚지고 있다.
우리와 미네소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네소타주 베미지(Bemidji)시 콘코디아라는 언어마을에는 '숲속의 호수'라는 한국어마을이 있다. 1999년 시작된 한국어마을은 올해 25주년을 맞는 동안 3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금은 15개 언어 마을 중에서 가장 입학이 어려울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다.
다른 나라 어디서 이토록 깊고 진한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전시에는 총칼을 들고 우리나라를 지켜줬고, 전후에는 전쟁고아를 입양해 길러 주고, 대한민국 현대 학문의 기초를 마련해 경제성장의 발판을 놓았다. 이제는 과거의 우방을 넘어 미국 청소년의 비전을 한국어를 통해 열어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90대 노인이 된 참전용사의 거룩한 희생을 기억하고, 이역만리 타지에서 엄마의 고향을 그리는 입양아의 마음을 헤아리고,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청소년에게 미래를 경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던 그들처럼 이제 우리가 문화를 통해 해외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한다. 부모를 잃고 떠밀리듯 나라를 떠나야 했던 입양아가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계의 청소년이 한글과 한국어를 통해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코리아 드림(KOREA DREAM)을 향한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번 여름 미국 출장을 통해 필자는 한글문화 세계화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을 추진해 온 '한글문화단지'가 세종만의 꿈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한국어를 교육하고, 한글문화를 체험하며, 한글을 연구할 수 있는 거점시설인 한글문화단지를 세워야 한다면 그곳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물려받은 도시, 세종이 아니면 어디겠는가.
이곳에서 외국인과 재외동포, 결혼이주 다문화가정이 함께 한국어를 배우며 국민국가의 일체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올 저출생·다문화 사회에 대비해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언어와 문자의 공감정책을 펼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세종대왕의 얼과 혼이 스며 있는 세종시의 시장으로서 한글과 한국어의 연구·교육·보급을 담당하는 특별한 한글문화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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