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비웃는 '그림자금융'된 오픈마켓→양치기 소년[티메프發 규제공백]②
1인 100만원 한도 제한에도…'상품권깡' 못 막아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티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전자상거래업자(e커머스) 기업의 '그림자 금융'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e커머스 기업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판매대금을 금융사처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과 유통의 회색지대에 있는 e커머스 기업은 금융사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e커머스는 지난해 기준 230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지난 10년 사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성과는 달리 관할부처의 관리 소홀과 소비자 및 셀러(판매자) 보호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e커머스 기업의 판매자 보호 장치는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소비자의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등 어느 정도의 보호 장치를 갖췄다. 하지만 판매자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판매대금 차입…관할부처의 관리감독 부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29조 원으로 10년 전 38조 원 대비 6배 이상 급성장했다. e커머스 시장은 2019년 137조 원에서 2020년 158조 원, 2021년 190조 원, 2022년 211조 원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성장이 더 가팔랐다. 지난해도 전년 대비 8%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e커머스 기업이 관리하는 자금도 막대해졌다. 현재 e커머스 기업은 셀러(판매자)에게 매출발생 후 2개월 뒤 또는 익월 말경 매출발생 후 1개월 뒤 정산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경우에는 모기업인 큐텐이 투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 등 관할부처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커졌다.
e커머스 기업은 입점업체에 판매 대금 정산을 1~2개월 뒤로 미루면서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하고 있는 것이다. e커머스 기업이 1~2개월 뒤 판매자의 대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미지급 사태가 벌어진다.
특히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길다보니 해당 기간 동안 이자수익 발생 등 사실상 금융사처럼 고객 돈을 운용해 수익을 누린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사가 받는 높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반면 대금을 제 때 지급받지 못하는 셀러들은 선정산대출에 내몰려 있다. 선정산대출은 티몬, 위메프 셀러 대상 대금을 선 지급하고, 정산일에 위메프, 티몬이 정산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운전자금 대출 상품이다. 정산 주기가 길다보니 탄생한 기형적인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잠식 빠지자 '상품권깡'…한도 제한 있으나 유명무실
자본잠식에 빠진 티메프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상품권깡'을 단행하기도 했다. 상품권을 7~10% 할인 판매하며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어법(여전법) 시행령 제1조의2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및 상품권 구입 한도를 월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A카드사, B카드사 등 각 신용카드로 다량 구입할 경우 1000만 원이 넘는 상품권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현금이 티메프의 자금 확보에 이용된 것이다.
이는 '제2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돼 다음달 15일 시행 예정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으로 일부 막을 수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금업자는 선불충전금 발행 잔액이 30억 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발행액이 500억 원을 넘어서면 충전금 잔액 100%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티메프와 같은 업체가 '상품권깡'을 행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더해 상품권 구입 한도를 더 제한하거나 카드사 간 통합 한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권깡'이 티메프의 자금 확보에 큰 역할을 한 셈이지만 사실상 제도 미비로 이를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월 100만 원 한도를 가맹점을 일일이 다 확인해 선불전자지급수단 및 상품권을 한도에 맞춰 구입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카드사 간 통합 한도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월 구매 한도를 낮추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가' 전자금융업자 아닌 '등록' 업자…강제성 없는 MOU
티메프가 금감원과 맺은 경영개선협약(MOU)도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경영지도비율이 악화할 우려가 있거나 △경영상 취약부문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MOU를 체결할 수 있다. 초창기 재무구조가 취약해 투자에 의존하는 스타트업 등이 MOU를 체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중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전자금융업자라면 금감원이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도 내릴 수 있다. 특히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6개월 이내 하지 않을 시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 소각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및 관리인의 선임 △6월 이내 영업 정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이전 △전자금융업 허가 취소 △임원 해임 권고 △그 밖에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티메프의 경우 금융위의 '허가'를 받은 전자금융업자가 아닌 '등록'된 업체다. 허가 업체가 아니기에, 금감원이 허가 업체와같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전금법에서는 등록업자인 PG업자에 대해 경영개선 명령이나 권고를 내릴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티메프의 경우) 지급 결제를 위한 보조자적인 성격으로 아직 우리 법이 지급 규율을 아주 낮춰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티메프는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금감원은 2022년과 2023년에 두차례에 걸쳐 MOU를 맺었지만 경영개선 목표에 미달했다. 일례로 티메프는 '유동성 비율 개선 계획치',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 '흑자전환' 등을 개선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번번이 지키지 않은 것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가 진행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현안질의 현장에서, 금감원이 티몬·위메프 측에 경영개선 요구를 했으나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티메프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기도 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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