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e스포츠대회, IOC의 변화와 우리의 역할[송석록의 생각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4년마다 개최하는 올림픽에서 e스포츠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 최근 e스포츠를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그 방향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IOC를 움직이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 가치에 반하는 폭력을 담은 e스포츠의 불가성을 역설하면서도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지난달 24일 142차 IOC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와 올림픽 e스포츠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도 장미란 문체부 차관은 파리 올림픽 현지에서 올림픽e스포츠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세르미앙 응 IOC 부위원장을 만나 e스포츠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 그럼에도 e스포츠의 발상지 대한민국은 창조적이며 확장성 있는 미래콘텐츠를 아직도 제삼자처럼 소극적 태도로 접근하고 바라본다. 윤석열 정부와 관계기관의 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변화와 타협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17년을 포함해 여러 차례 e스포츠가 폭력적이라며 어떠한 경우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음에도, 시대적 흐름은 그를 자기모순에 빠지게 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는 ‘2020+5 어젠다’를 발표하며 e스포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젊은 소비자의 수용성, 디지털 전환 시대의 4차산업혁명,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자본 앞에서 변화와 타협을 택했다.
2025년 임기가 만료되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종목 선정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의 e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연맹과 협업할 것이며 또한 e스포츠를 운영하는 NOC도 함께 할 것이다. 체계적인 국제화를 추구하면서 방법론에 있어서 OCA 주도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최된 e스포츠 종목보다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올림픽e스포츠시리즈 모델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이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에게 e스포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 올림픽e스포츠는 혁신의 시험대
IOC는 2018년 e스포츠 포럼을 시작으로 e스포츠 연락 그룹을 설치하고 이를 IOC e스포츠위원회로 전환하였다. IOC 위원인 데이비드 라파르티앙(David Lappartien) 의장은 IOC 집행위원회에 올림픽e스포츠대회(Olympic Esports Games)의 개최를 제안했고, 이 제안은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IOC 총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2023 올림픽e스포츠시리즈에서 자신감을 얻은 IOC는 지난 7월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월드컵의 경험이 디지털 시대의 미래와 부합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싱가포르 올림픽e스포츠시리즈는 50만 명 이상이 참가했으며 모든 채널에서 600만 뷰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올림픽e스포츠대회는 기존의 IOC가 개최하는 올림픽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는 것이 아니다. IOC가 관할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독립적인 조직과 재정을 구축하고 분리하여 운영된다. 이는 전통스포츠와 전통e스포츠에 관련된 리스크를 줄이고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과감하게 접목하면서 스포츠와 e스포츠의 상호 확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올림픽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레드라인을 지키는 선에서 진행될 것이다.
■ 대한민국의 가치는 어디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이다. 이러한 발상지가 주는 무게와 그 가치는 상당하다. e스포츠 과학기술을 접목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선도해야 한다.
최근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원에서 e스포츠산업학 전공을 신설한 것은 교육적 가치를 찾고 인력양성 및 산업적 가치를 제고한 좋은 사례이다. e스포츠는 게임과 스포츠를 아우르며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융복합체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체육회(KOC)의 보다 근본적이고 공격적인 역할이 대두된다. 또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적극적인 e스포츠 정책과 체계적인 준비도 기대한다. 이제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자.
<송석록 경동대학교 교수(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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