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와 축구협회…‘우리들의 일그러진 축구영웅’

2024. 8.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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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5개월간 ‘제자리 뛰기’식 감독 찾기에 신뢰 잃고 추락
문체부, 감독 선임 과정· 운영 전반 감사…기로에 선 두 사람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 나선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이 눈부시다. 10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여자 양궁 단체전(전훈영·임시현·남수현)부터 16세 10개월 18일로 한국 최연소 하계올림픽 금메달 주인공(반효진)을 배출한 사격까지 각종 신기록이 쏟아졌다. 한국은 애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대회 시작 사흘 만에 달성하고 순항 중이다. 메달과 인연은 없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도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들을 향해 ‘4년 뒤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가 가득했다. 파리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관람 문화가 결과만 보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축제가 한창인 상황에서 웃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이 깨진 한국 남자 축구다. 축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는 열리기만 하면 매진이다.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도 축구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2 대 0으로 패한 지 고작 한 달여가 지난 때였다. 파리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축구팬들도 결과만 보고 대표팀을 응원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 사실을 대한축구협회(축협)와 그들이 선임한 홍명보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만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7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취임 명분으로 시종일관 대표팀의 ‘성적’과 ‘성장’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대로면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마치 ‘성적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정작 한국 축구는 ‘성적을 못 내서’가 아닌 ‘신뢰를 잃어서’ 추락하고 있다.

시작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두 참여한 카타르 아시안컵은 64년 만에 찾아온 최적의 우승 기회로 여겨졌다. ‘무전략’이라 비판받던 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감독은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던 대표팀을 이끌고도 조별리그에서 요르단, 말레이시아 등과 비겼다. 우여곡절 끝에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다시 만난 요르단에 완패했다. 탈락 후 그는 “4강에 진출한 성공적인 대회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비판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아시안컵 실패를 두고 두 가지 근본 요인이 지적됐다. 하나는 지난 2~3월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탁구 게이트’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팀의 조화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영국 매체 ‘더선’의 보도로 알려진 의혹은 축협의 확인으로 사실이 됐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지난 7월 26일 출간한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에서 “요르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것에 의아해하며 숙소로 돌아와서야 경기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해당 발언은 선수 간 갈등이라는 불확실한 상관관계를 마치 요르단전 패배의 인과관계처럼 보이게 한다.

불화가 알려지기 전까지 탈락의 원흉으로 비판받았던 것은 분명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아시안컵이 시작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그의 행보, 전술,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탁구 게이트’로 희석됐지만 애초에 아시안컵 참사의 근본 요인은 감독의 능력 부재였다는 의미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할수록 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한국 축구 시스템(체계), 그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 책임론이 거론된다는 점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축협은 지난 2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를 열고, 감독 문제를 논의했다. 하루 뒤 클린스만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정작 본인 책임에 대해서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정리했다. 64년 만에 찾아온 최적의 우승 기회를 날린 결과를 두고 축협 고위 관계자들이 어떤 책임을 진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표팀 감독을 찾을 권한을 다시 자신들에게 부여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장 5개월에 걸친 ‘제자리 뛰기’의 시작이었다.

원점


축협은 지난 2월 20일 정해성 전강위원장을 선임하고 그의 추천으로 총 10명의 전강위원을 뽑았다. 축구팬들은 이른바 ‘손흥민 해줘’, ‘이강인 해줘’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에 질려 있었다. 이번에는 선수들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전술적 능력을 갖춘 ‘외국인 감독’이 선임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실제로 전강위에는 박주호 전 위원과 같은 유럽 축구를 경험하고 인맥까지 갖춘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

기대는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지난 2월 21일 제1차 전강위가 개최됐다. 축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강위는 파울루 벤투, 클린스만 두 전임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내부 ‘화합’, ‘기강 확립’을 못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식 유교 축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은 당연히 한국 감독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강위원 다수가 시작부터 국내 감독 선호의견을 밝히며 논의에 착수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크게 정 위원장이 사퇴하기 전·후로 나눠볼 수 있다. 전기의 경우 국내 언론 등을 통해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제시 마치 현 캐나다 남자 대표팀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검토됐지만 태도, 국내 거주 요건, 세금 문제 등의 이유로 결렬됐다.



축협은 다시 감독 후보군을 추렸다. 지난 6월 21일 열린 제10차 전강위에서 최종 3명의 후보군이 추려졌다. 이중 2명이 외국인 감독이었고, 1명이 국내 감독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정 위원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퇴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받아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남자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을 만났다. 이 이사는 지난 7월 2일 유럽으로 떠나 두 감독을 면담하고, 7월 5일 귀국했다. 축협식 표현을 빌리면 이들은 ‘표지 포함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 영상 16개’를 제시하거나 ‘표지 포함 16페이지의 PPT 자료’를 제시하며 성의를 보였다. 그런데도 귀국 직후 이 이사는 곧바로 한 명의 국내 감독을 찾아갔다. 그리고 지난 7월 7일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뢰


5개월여간 이어진 축협의 감독 찾기는 돌고 돌아 국내 감독으로 결정됐다. 홍 감독은 10년 전인 2013년 6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대표팀을 이끌며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다. 당시 성적은 1무 2패로 조별 예선 탈락이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이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과거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홍 감독이 현직 K리그1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이 이사를 만난 7월 5일 리그 경기를 앞두고 “(이임생 기술이사와) 만남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6월 30일에는 “(울산)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홍 감독 스스로 대표팀에 가지 않을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는지는 밝혀야 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지난 7월 10일 열린 K리그1 울산 현대의 홈 경기에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5일에는 외국인 코치진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에 나서며 “내 인생 마지막 도전을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대답은 매번 ‘나’의 입장이 중심이 됐다.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7월 29일 공식 기자회견에선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를 위해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로 변화했다. 그러면서도 “실망하신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제 자리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좋든, 싫든 한국 축구는 홍명보 체제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게 됐다. 분노한 축구팬들은 그의 선임과정을 검증하길 원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한축구협회 감사 및 해체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다. 정부 역시 축협의 감독선임 과정 및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비단 홍 감독뿐만 아니라 정 회장 체제도 중대 기로에 섰다.

쟁점


축협 감사에는 두 가지 큰 쟁점이 있다. 첫째는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절차에 따라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홍 감독이 동일 선상에서 평가를 받았느냐’다. 해당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이 이사의 발언이다. 그는 “3명 후보자들에 대한 결정은 내 판단에서 했다.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과 경험, 성과 등이 외국인 후보들보다 앞섰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7월 5일) 밤 11시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지원한 것도, 별도의 공식 면접이 있었던 것도 아닌 상태에서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 결정됐다는 의미다.

논란이 일자 축협은 지난 7월 22일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를 통해 “자료 준비를 잘하는 것이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니다.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 후보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일관된 절차가 없거나 자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축협 관계자는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가 있다”며 “100여명이 넘는 외국인 감독을 후보에 올리고 추리다 보니 그들 중에 자기소개 등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준비자료 등을 보내는 것이 마치 정해진 절차처럼 인식됐는데 과거에나 지금이나 감독 선임에는 이런 절차나 과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전강위 위원들도 대체로 알고 있는 분인 만큼 별도의 확인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애초에 대표팀 감독 선임은 공채 형식도 아닌데 이런 부분이 빠졌다고 절차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이 축협 전무이사로 재직하며 구축했다고 알려진 절차가 있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대해 “그 절차라는 것은 면접이나 협상을 통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과 후보가 요구하는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은 지원-후보자의 역량 및 비전 소개-평가-협상 등의 ‘절차’를 거쳐 최적의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다. 전강위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상호 요구사항을 전달해 조건이 맞으면 선임하는 식이다. 이 구조에선 축협 관계자가 아닌 이상 해당 후보가 최적의 후보인지, 아닌지 따질 자격 자체가 없다. 성공적인 선임으로 평가받은 벤투 감독도 실상 절차의 힘이 아닌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자연스레 두 번째 쟁점이 나온다. 축협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혜택에 따른 의무가 발생한다. 감독 선임과정에 문제 제기도 할 수 있다. 축협의 손익계산서 항목 중에는 ‘보조금 수익’과 ‘복표수익’이 있다. 정부 지원과 관련된 것은 이 두 항목이다. 우선 보조금 수익은 전부 정부 지원금은 아니다. 보조금은 총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국제축구기구로부터 받는 수입이 있다. 남녀 대표팀이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과 같은 대회에 참가하고 받는 지원금 등이다. 또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지자체로부터 받는 유치금이 있다. 이 둘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순수 정부 지원이 된다. 2023년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77억원의 보조금 중 156억원이 FIFA 및 AFC의 보조금이었고, 11억원이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총 110억원이 정부 보조금이 된다. 복표수익은 쉽게 말해, 스포츠 토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다. 2023년 기준 약 215억원이다. 이에 따라 2023년 기준 정부에서 축협으로 전해진 돈은 약 325억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도 보조금과 복표수익을 합쳐 약 356억원이 전달될 예정이다.

문제는 해당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 미묘한 해석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축협은 보조금이나 복표수익 모두 정부가 위탁한 사업에 쓰는 돈으로 본다. 축협 관계자는 “보조금은 생활체육과 같은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에 쓰이고, 복표수익도 주로 유·청소년, 아마추어 활성화에 쓰이도록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축협은 지난 7월 19일 ‘KFA 예산 관련 보도에 대해’라는 설명문을 통해서도 “정부 보조금은 문체부 및 대한체육회가 각 종목단체에 위탁한 사업에 쓰인다”며 “정부 재원이 줄어든다고 대한축구협회 운영이 어려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명목이 무엇이든 정부가 축협을 재정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축협 관계자는 “보기에 따라 조금 다르다. 돈의 성격을 우리가 규정할 순 없으니 주는 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답했다. 축협에 돈을 지급하는 최상위 기관, 문체부에 확인해 봤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연하다. 보조금이든 스포츠 토토를 통한 수익금이든 전부 정부 재원에서 나간다. 정확히는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표수익의 경우 스포츠 토토를 통해 발생한 수익인 만큼 축협도 권리 있는 돈을 분배받는 것이냐고 물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없다. 스포츠 토토를 발행해서 주는 ‘주최단체지원금’은 정부가 프로스포츠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 해당 단체의 권리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스포츠 토토 발행 기여분을 따져도 축구 국가대표 A매치는 국내 스포츠 토토 발매액의 2%에 불과하다. 대한축구협회가 A매치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주최단체지원금은 원래대로면 3억38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축협은 한국 정부가 마련한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다. 특히 복표수익의 경우 축협은 기여분의 수십 배를 더 받고 있다. 그럼에도 비판도 싫고, 감사도 싫다면 축협 운영지원, 천안축구센터 건립지원, 남녀연령별 대표팀 지원, 지도자/심판 육성 지원 등에 쓰이는 공적자금 약 300억원을 포기하면 된다. 해당 업무를 반드시 축협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체부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 지원예산은 보조금이다”며 “보조금법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보조금 환수, 제재부가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지원 예산 규모 역시 예산편성 과정 및 평가를 통해 지원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손흥민 선수 소속팀 토트넘 간의 경기가 열렸다. 해당 경기에 모인 축구팬들은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축협은 상징성으로 보나 운영 방식으로 보나 소수의 관계자, 축구인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축협이 성난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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