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9㎜ 차이로 金… 김우진 ‘하나 남은 약점’ 지웠다 [파리 2024]

남정훈 2024. 8.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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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김우진·임시현 나란히 3관왕
金 4개 현역 세계 최고 궁사 타이틀
그동안 개인전 메달 없어 ‘아킬레스건’
파리서 美 엘리슨 상대로 금빛 명중
올림픽 개인 통산 金 5개 신기록 써
4강서 김우진에 패한 이우석 동메달
임시현, 바늘구멍 또 뚫고 개인전 金
“롤모델 김우진… 꾸준함 배우고 싶어”

올림픽 남자 단체전 3연패. 2024 파리 혼성 단체전 금메달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4개를 따낸 현역 세계 최고의 궁사로 꼽히는 김우진(32·청주시청)에겐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에선 금메달은 고사하고 동메달조차 없다는 것.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16 리우에선 32강에서 조기 탈락했고, 2020 도쿄에선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3년 동안 절치부심한 김우진이 드디어 자신의 마지막 남은 약점을 지웠다.

김우진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6-5로 승리하며 ‘금빛 명중’에 성공했다.
3관왕 세리머니 김우진이 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시상식에서 손가락으로 대회 3관왕을 표시하며 미소짓고 있다. 파리=뉴시스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전날 여자 개인전을 우승한 임시현(21·한국체대)에 이어 두 번째로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3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이기도 하다. 여기에 올림픽 개인 통산 금메달 5개를 쌓아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 등이 기존에 보유한 동·하계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새로 썼다.

고비는 대표팀 생활을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이우석(27·코오롱)과 4강전이었다. 6년 전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개인전 결승에서 만났던 사이다. 그때는 김우진이 승리를 거두며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었던 이우석의 병역 특례에 의한 조기 전역을 막았다.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 김우진, 이우석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시상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에도 승자는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은 이우석의 매서운 기세 앞에 4세트까지 3-5로 밀렸으나 5세트를 29-27로 잡고 승부를 1발로 승패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끌고 갔다. 이번 올림픽 내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을 뜨겁게”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김우진은 냉정했다. 슛오프에서 기어코 10점을 쏘며 9점에 그친 이우석을 제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우석은 이번 대회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경기 초반 8점을 쏘는 등 3세트까지 2-4로 끌려가던 김우진은 4세트를 잡고 4-4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다. 승부가 갈리는 김우진과 엘리슨은 5세트에서 세 발 모두를 10점을 쏘면서 5-5 동점이 됐다. 6점을 먼저 따야 승리하는 개인전이기에 결국 승부는 슛오프에서 갈리게 됐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은 10점 라인에 물렸다. 엘리슨이 쏜 확살 역시 10점과 9점 경계에 꽂혔다. 판독 결과 엘리슨도 10점으로 인정됐고, 이제 남은 것은 과녁 정중앙으로부터의 거리 재기. 판독 결과 김우진은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55.8㎜가 떨어진 것으로 판독됐고, 엘리슨은 60.7㎜로 떨어졌다. 불과 4.9㎜ 차이로 김우진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아울러 유일한 약점을 지워내며 한국 남자 양궁 선수 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도 김우진이 갖게 됐다.
3일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시현이 시상식에서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파리=AP연합뉴스
전날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에이스’ 임시현이 대표팀 동료 남수현(19·순천시청)을 7-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양궁의 남녀 에이스가 모두 3관왕에 올랐다. 2016 리우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석권한 이후 8년 만에 한국 양궁은 두 번째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혼성전이 도입돼 5개로 종목이 늘어난 2020 도쿄 올림픽 이후로는 최초다.

지난해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며 여자 양궁 에이스로 떠오른 임시현은 파리에서도 또 한 번 3관왕에 오르며 여자 대표팀을 향한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해소했다.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선 임시현은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대 동그라미를 만들고 중지와 약지, 소지를 활짝 펴서 눈에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손가락 세 개를 폈기에 ‘3관왕’이라는 의미일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임시현은 “누군가 제게 ‘항저우에서 3관왕을 했는데, 바로 파리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것 같냐’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제가 해냈다. 이 세리머니는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또 통과했다’는 의미”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이날 남자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을 ‘롤모델’로 언급한 임시현은 “우진 오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우진 오빠의 장점이 꾸준함이라 생각하는데, 그 위치에서 꾸준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 계속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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