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불안한데 美 경기침체까지…삼전·하이닉스 운명은
SK하이닉스, 2011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
美 경기침체 우려에 AI 의구심 확대
빅컷 기대…엔비디아28일 실적발표가 단기변곡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 증시를 이끄는 기둥인 ‘반도체’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삐걱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한 달 반 만에 ‘8만전자’를 반납하고 7만원대로 무너졌고 SK하이닉스(000660)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두 기업에 대해 다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뉴욕증시에서 시작한 이번 조정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500원(4.21%) 내린 7만 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8만원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 6월 18일(종가 기준, 7만 9800원) 이후 처음이며,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0조 9000억원가량 줄었다.
상반기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로 급상승했던 반도체주는 하반기 들어 변동성이 심화하더니 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상반기에 67.14% 오르며 14만원대에서 23만원까지 치솟았던 SK하이닉스는 한 달 만에 무려 16.93% 하락했다. 글로벌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묶이지 못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삼성전자도 하반기 돌입해 2.93% 내렸다. 상반기 3.82% 오른 것을 고려하면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뉴욕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뉴욕 증시와 동조화를 보여왔던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앞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일(현지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서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50) 아래인 46.8을 기록하며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경기 침체 우려에 잠식된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 시장이 금요일 거래를 마치고 난 2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고용상황이 악화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많은 조직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지만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30%가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실제 미국의 벤처 캐피탈 업체인 세쿼이아에 따르면 현재까지 AI 부문에 투자된 금액은 6000억 달러지만 AI 매출은 투자금의 단 6.6%인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급등한 주가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준비하는 블랙웰이 설계결함으로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나오며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한 가운데, 이 기조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강세장이 일단락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일단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대 중”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8∼13%, 낸드는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범용 D램 가격도 가팔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005930)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63조 874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24조 385억원에 달한다.
정점에 달했던 변동성 역시 미국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에 서서히 완화하면서 시장은 AI 주도주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를 다시 사려면 가격 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있다”면서 “오는 28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단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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