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눈물도 쪼개 울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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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마음껏 펑펑 울 수도 없을 때, 온갖 눈치를 보느라 한밤중 담벼락 밑에 앉아 "쨀곰쨀곰" 눈물도 쪼개 울던 시절 말이다.
그런 적 없노라 말하는 사람은 팔자 좋은 사람, 해맑은 사람, 그도 아니면 '시'를 영 모르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큰 말이나 대단한 표현이 없는데 사람을 울먹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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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마음껏 펑펑 울 수도 없을 때, 온갖 눈치를 보느라 한밤중 담벼락 밑에 앉아 “쨀곰쨀곰” 눈물도 쪼개 울던 시절 말이다. 그런 적 없노라 말하는 사람은 팔자 좋은 사람, 해맑은 사람, 그도 아니면 ‘시’를 영 모르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조각달’은 슬픈 시다. 큰 말이나 대단한 표현이 없는데 사람을 울먹이게 한다. 이 시는 왜 슬픈가? 장주발을 깨서 꾸중을 듣고 우는 ‘누나’가 가엾어서만은 아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어린 남동생(화자)의 슬픔이 누나의 슬픔 위에 조각달처럼 겹쳐져서 더 애달픈 슬픔이 되는 것이다.
20대 내내 권정생 선생의 글을 어여삐 여기며 아껴 읽었다. 주로 산문과 편지글, 동화를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좋아서 한숨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교회의 종지기로 지내며, 쥐들이 추울까봐 내쫓지 못하고 작은 방에서 쥐들과 함께 자던 동화작가. 본인은 평생을 혼자 가난하게 살았지만 죽은 뒤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큰돈을 남기고 떠난 사람. 그는 성자로 살다가 ‘강아지똥’처럼 아름답게 죽었다.
이 시는 권정생 선생이 열다섯살 무렵에 쓰고, 90여편을 공책에 잘 적어 평생 간직해오다 죽은 뒤에야 책으로 출판한 동시집 ‘삼베치마’에 수록된 시다. 나는 이 동시집을 ‘보물’이라 부른다. 권정생 선생도 이 동시집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소중히 보관해온 것 같은데 왜 진작 책으로 묶지 않았을까? 진짜는 숨어 있어도 진짜, 드러난 뒤에는 보물이 되나 보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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