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돼 있다가 폭탄처럼 터진다… "이상동기 범죄자 76%, 외부 단절 취약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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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에 이를 만한 뚜렷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은 강력 사건이 서울 도심에서 나흘 간격으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 10명 중 8명은 '사회적 취약층'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를 막으려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적응을 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상동기 범죄는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는데 관련 사건 피의자의 경우 '사회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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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남대문 살인 무동기·비전형적 특성
예방 위해선 "고립층 적응 체계 마련 필요"
살해에 이를 만한 뚜렷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은 강력 사건이 서울 도심에서 나흘 간격으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 10명 중 8명은 '사회적 취약층'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처지에 대한 비관이 정서 불안정과 결합돼 공격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를 막으려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적응을 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동기 범죄 '3대 법칙'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려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밤, 같은 아파트 이웃을 일본도로 살해한 백모(37)씨가 밝힌 범행 동기다. 숨진 피해자와 백씨는 산책길에 몇 번 스친 게 전부고 친분도 없는 사이였다. 지난 2일 새벽 5시쯤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중구 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인 60대 조모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노숙인 리모씨는 "물을 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해 (조씨가) 나를 무시한다고 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피의자 간 교류가 크지 않아 특별히 원한을 살 일이 없는데도 숨이 끊어질 때까지 수차례 잔혹한 공격을 이어갔다. 경찰에서는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피의자가 피해자와 관련이 없거나 △범죄 행태가 비전형적일 경우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한다. 비전형적이란 건 일반적인 행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같은 이상동기 범죄는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는데 관련 사건 피의자의 경우 '사회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대학에서 올해 발행한 논문 '이상동기 범죄의 최근 실태 및 하위유형 분류'(경기대 김영숙·조영오)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판결 186건을 분석한 결과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의 직업 상태가 무직이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76.3%였다. 실제 일본도 살인 피의자 백씨와 남대문 살인 피의자 리씨 모두 무직 상태였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취약성은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 활동이 제한돼 고립된 상태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밖에도 이상동기 범죄들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피의자의 46.8%가 흉기를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만 사전에 흉기를 준비했다. 범행의 약 70%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입구, 편의점 앞, 식당 앞, 실외 화장실 등 야외의 친숙한 곳에서 갑작스레 발생했다. 또 범행 당시 피의자의 기분 상태를 살펴보니 분노나 불안 등 감정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는 32.6%였고,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31.7%에 달했다. 종합해 봤을 때 이상동기 범죄는 ①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때 ②사회에 대한 분노와 처지에 대한 억울함이 ③사안과 무관한 이를 갑작스럽게 공격하는 형태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 적응 체계 마련 시급"
물론 사회적 취약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짓는 건 무리다. 그러나 이들이 무리 없이 공동체에 녹아들 수 있게 하는 체계 마련은 분명 시급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훈방 차원의 경범죄더라도, 사회에 대한 분노 등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는 치료를 받도록 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또 정서적으로 고립된 이들에 대한 상담을 국가나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추후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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