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과 과학기술 생태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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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를 제곱했을 때 -1이 되는 수는 무엇일까? 인류는 오랫동안 이 숫자가 물리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던 중 17세기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가 이를 '허수(Imaginary)'로 분류했다.
물리적 의미를 오래 간과했던 허수와 같이 '과학기술의 허수, 상상의(Imaginary) 수'는 우리가 상상(imagine)하며 함께 그려나가는 과학기술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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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를 제곱했을 때 -1이 되는 수는 무엇일까? 인류는 오랫동안 이 숫자가 물리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던 중 17세기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가 이를 '허수(Imaginary)'로 분류했다. 허수는 보이지는 않지만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허수와 실수를 사용해 신호를 처리하고 체지방과 근육량 측정에도 허수가 사용된다. 양자 컴퓨터의 기초인 슈뢰딩거 방정식에도 허수가 포함된다.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혁신의 원동력인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많은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8월 말 확정되는 내년도 정부 R&D 예산안은 29.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3대 게임체인저 기술(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에 3.4조 원, 혁신ㆍ도전형 R&D에 1조 원, 기초연구에 2.9조 원 등을 투자한다. 정부 재정이 좋지 않은데도 전략기술 확보와 기초연구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연구개발 예산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다.
R&D 예산 증액은 기대되는 소식이지만, 숫자 자체보다는 그 이면의 변화와 지향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리적 의미를 오래 간과했던 허수와 같이 '과학기술의 허수, 상상의(Imaginary) 수'는 우리가 상상(imagine)하며 함께 그려나가는 과학기술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긴 호흡으로 창의적 연구에 도전하고 인재를 키우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미래를 위한 투자가 비로소 완성된다. 기초연구, 여성 과학자, 젊은 과학자, 중소기업 연구소,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예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읽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내년도 R&D 예산의 구체적인 실행안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자연계에서 허수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상호작용을 해 움직이고 변화가 생길 때다. 과학기술 생태계 역시 좋아지기 위한 작은 변화들 속에서 그 진정한 의미들이 찾아지고, 또 다른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과정이 바로 미래를 위한 우리의 준비이자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숫자 너머를 보는 상상력과 도전적인 아이디어들이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작은 변화들이 겹겹이 쌓여 체감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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