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도 함께 해주실 거죠?” “그땐 금메달로!”…파리에서 끝나지 않을 임애지의 도전[파리올림픽]

배재흥 기자 2024. 8. 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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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25·화순군청)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링 위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코치님, 4년 뒤에도 저랑 함께 해주실 거죠?”, “무조건 도전해야지. 그땐 금메달로!”

임애지(25·화순군청)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3(28-29 30-27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왼손잡이 아웃복서인 임애지는 이날 자신과 비슷한 유형인 아크바시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판정에서 아쉽게 졌다. 올림픽 복싱 경기는 규정에 따라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열지 않고, 준결승전에서 패한 두 선수에게 모두 메달을 수여한다.

앞서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를 꺾고 동메달을 확보해 둔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 최초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한국 복싱엔 12년 만의 값진 메달을 안겼다. 임애지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조기 탈락의 쓴맛을 본 뒤, ‘글러브를 벗어야 하나’ 고민했다. 당시 16강전에서 떨어진 임애지는 한순철 대표팀 코치로부터 “파리 올림픽까지 3년 남았다”는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든 운동을 더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지난 3년간 파리를 향해 힘차게 달린 그는 한국 여자 복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임애지(25·화순군청)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주먹을 뻗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도쿄에서 후회를 남겼던 임애지는 3년 뒤 파리에선 홀가분함을 느낀다. 다음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에겐 이제 내일의 ‘희망’이 생겼다. 미소를 머금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임애지는 “이번 올림픽은 가능성을 본 무대였다. 많은 분의 응원 속에 경기해서 정말 감사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실전처럼 연습을 많이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임애지는 한국시간 9일 오전 5시51분 열리는 이 체급 결승전이 끝난 뒤 금메달, 은메달 수상자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방철미(30·북한)와 나란히 시상대에 선다. 방철미도 앞서 열린 8강전에서 창위안(중국)에게 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만나 안면이 있는 두 선수는 선수촌 웨이트장에서 짤막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방철미가 먼저 “힘 내라”라는 말을 건넸고, 임애지도 “언니도 힘내세요”라고 답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그는 “결승전에서 보자고 했는데, 둘 다 떨어져 버려서 조금 아쉽다”고 했다.

임애지(25·화순군청)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패한 후 한순철 코치에게 위로 받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인터뷰하는 동안 한 코치가 임애지의 손에 감긴 붕대를 풀어주려고 다가왔다. 임애지는 한 코치에게 “4년 뒤 LA 올림픽을 준비하자고 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이 나와서 코치님에게 같이 해줄 거냐고 물어보겠다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한 코치는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도전한다. 이번엔 동메달이지만, 그땐 금메달로”라며 선수와 뜻을 함께했다. 2012 런던 대회 남자 라이트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한 코치는 “임애지 선수의 동메달이 결정된 순간, 제가 메달을 딸 때보다 더 기뻤다”며 “다음엔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다만 복싱은 2028 LA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임애지는 “만약 제외된다면 받아들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가끔은 큰 무대만 봐주시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며 “지금도 한국 선수들은 작은 대회에서 조금씩 성적을 내고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더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랐다. 파리에서 희망을 본 임애지와 한국 복싱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김호상 복싱 대표팀 감독은 “복싱 붐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다음 아시안게임 등에서 역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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