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4'의 인상 깊었던 장면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2024. 8. 5. 0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이식스, 사진=PRM

여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4'가 마무리됐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달빛축제공원 일대에서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4(이하 펜타포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3일에 걸쳐 총 3개의 스테이지에 58개 팀이 공연을 펼친 올해 펜타포트 페스티벌은 역시나 한국 페스티벌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 펜타포트 페스티벌은 앞선 기사(※참조 : [ET현장]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4, '록의 시대'가 재래했음을 알리는 완벽한 현장)에서 밝혔듯이 더 젊어지고 더 대중적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줘 더욱 인상 깊었다.

그리고 아래 언급할 무대들의 진짜 주인공은 역대급 무더위에도 열렬한 호응을 이어간 관객들이라는 점을 먼저 말해둔다.

◇ 턴스타일

솔직히 기자는 3일 토요일부터 현장을 찾은 관계로 턴스타일의 전설적인 무대를 직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관객들이 남긴 숱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그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증언들이 너무나도 생생했기에, 이 무대를 꼽지 않을 수 없었다. 관객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다이빙을 시전한 보컬 브렌던 예이츠(Brendan Yates)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관객 난입을 유도하며 그 넓은 펜타포트 메인 스테이지를 사람들로 꽉 채워버린 퍼포먼스는 실로 오랜만에 '하드코어(Hardcore)'라는 단어의 의미에 딱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 공연의 후폭풍은 거셌다. 3일 공연부터는 메인스테이지인 KB국민카드 스타샵 스테이지에 무대를 오르내리는 계단이 철거됐으며, 이 무대에 오른 이승윤은 "어제 어떤 밴드가 진짜로 무대를 부수어 놓아서 오늘 계단 밑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았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현장 관계자에게 실제로 무대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저 무대가 70억 원이 든 엄청 비싼 무대다.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이유가 뭐가 됐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정말 천만다행인 일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펜타포트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탄생하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존속될 수 있었다.

◇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 사진=PRM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 공연은 한마디로 '나약한 자신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시간'이었다.

기상청 공식 발표에 따르면 8월 3일의 최고 기온은 32도였으나, 당연히 체감상 느끼는 온도는 이를 훨씬 웃돌았다. 거기다가 이곳은 땀과 열정이 가득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아닌가!

이에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바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는 더위따위는 정신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리허설때부터 페이스페인팅에 바람이라곤 1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가죽 코트와 부츠, 각종 징박힌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등장한 이들은, 본공연이 이어진 40분 동안에도 동일한 의상으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주를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심지어 무대 연출로 불기둥까지 썼다!)

물론 이들이 공연을 시작한 시간은 그나마 날이 좀 선선해진 오후 6시 50분부터였으나, 그래도 낮 동안의 열기가 완전히 가시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의 강인하다 못해 굳건한 프로의식이 느껴진 대목이다. 물론 비주얼뿐만 아니라 공연의 퀄리티가 훌륭했던 것도 당연지사다.

그리고 '대한민국 유일의 심포니 블랙 메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연주와 보컬을 과시한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는 모든 무대가 끝난 후 보컬 엠 뉴마 (M. Pneuma)가 그 누구보다도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괜찮으시면 같이 사진 한번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관객에게 묻는 모습으로 또다른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더 무서운 이야기. 이날 드러머 컨피버스(Confyverse)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쉬는 시간 없이 더블 페달을 밟았다.

다크미러 오브 트레지디, 사진=PRM

◇ 크리피넛츠&녹황색사회

록과 밴드의 인기와 더불어 J팝, J록의 인기는 최근 국내 가요계의 주요 화두다.

J팝과 J록이 인기 배경으로는 다양한 것들이 꼽힌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의 시너지, SNS의 발달로 인해 수월해진 접근성, 숏폼의 유행에 따른 친숙함 등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낭만'을 추가하고 싶다.

사실 엄밀히 따져 자신만의 서사를 지니지 않은 아티스트가 어디 있겠냐만, J팝과 J록 신의 아티스트들은 유독 이런 성장 서사가 부각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녹황색사회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소꿉친구가 모여 결성한 밴드로, 0에서부터 시작해 일본을 대표하는 밴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피 넛츠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래퍼 R-시테이는 "중학교때 처음으로 가사를 쓰고 마이크를 잡고 랩을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바다를 건너 한국, 인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상상을 못 했다. 최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정, 노력, 승리'를 표어로 삼는 일본의 대표 소년 만화지 같은 이들의 성장 서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이날의 공연은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였다.

◇ 데이식스

데이식스, 사진=PRM

공연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섭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본공연이 아닌 리허설때부터 숱한 함성과 떼창을 유발하더니, 공연이 시작할 때쯤엔 스테이지 맞은 편의 피크닉존까지 관객이 꽉 들어차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의 명성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관객들의 호응 역시 엄청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유발한 것은 물론이고, 데이식스의 음악에 맞춰 서클핏과 슬램존이 펼쳐지는 곳은 아마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세상에서 유일할 것이다.

당연히 데이식스 멤버들도 흥이 났다. 처음 오르는 펜타포트 페스티벌이다보니 초반에는 조금 긴장한 듯했지만, 그 긴장이 점점 기분 좋은 흥분으로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전곡이 히트곡'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세트리스트, 이에 호응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관객들, 그리고 심취한 밴드 본인들까지. 만약 이들이 또다시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른다면 그때는 헤드라이너로 선정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데이식스라는 밴드의 역사에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는' 무대였다.

◇ 세풀투라

'초강력', '무자비'

이 두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무대였다. 심장을 잡고 흔드는 베이스와 자비 없이 내리꽂는 다운 피킹,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속주가 펼쳐진 트윈 베이스 드럼, 그리고 미칠듯이 이어지는 그로울링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의 무대는 피를 역류시키고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간만에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더불어 이번 투어는 40여 년간 이어진 세풀투라의 은퇴 투어이기도 했기에 더욱더.

부디 모두에게 메탈신의 축복이 있기를.

◇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순간들

잭 화이트, 사진=David James Swanson

상기한 무대들 외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펜타포트에는 짚고 넘어갈 만한 무대가 많았다. 우선 끝나지 않을 것같은 떼창을 선사한 잭 화이트와 3일 간의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한 잔나비가 그렇고, 실력 논란을 딛고 멋진 공연을 선보인 QWER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또 가슴을 후벼파는 라이브를 보여준 파란노을과 지금보다도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게 분명해 보이는 터치드, 한국 대중음악 레전드 이상은 등도 많은 사람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무대다.

물론 이것들은 기자의 사견에 따라 선정한 무대들일 뿐이고, 어떤 우열을 가리기 위해 꼽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올해 펜타포트 페스티벌 최고 명장면은 '3일간 펼쳐진 모든 무대'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3일간 펼쳐진 모든 무대들(뿐만 아니라 3일간 벌어진 모든 일들이)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명장면으로 간직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