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엔비디아 20% 빠져… 빅테크가 글로벌 폭락장 주도
‘검은 금요일’의 주가 하락은 빅테크들의 실적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증시를 견인해온 매그니피슨트 세븐(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에 속한 6개 기업이 최근 연이어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익 성장률이 둔화된 것이 공통점이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매 분기 수익 성장률이 50%를 넘었지만 2분기에는 29.9%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분기에는 17%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빅테크 수익 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천문학적 인공지능(AI) 투자였다. 지난달 23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상반기 190억달러(약 26조원)를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60%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와 관련돼 있다. 전체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으나, 이날 MS 주가는 시간외거래로 7% 급락했다. 고점 대비로는 13% 하락이다. 역시 과도한 AI 투자가 주가 하락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다른 빅테크보다 AI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아마존은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2분기에만 AI에 165억달러를 썼다. 이 같은 내용의 실적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가는 약 5% 하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16% 떨어졌다.
◇엔비디아 제품 결함 ‘악재’
살얼음판을 걷는 빅테크에 엔비디아 차세대 제품에 설계 결함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큰 파문을 던졌다. 2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차기 AI 반도체 ‘블랙웰’ 제품이 설계상의 결함으로 3개월가량 생산 일정이 늦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부터 양산할 예정이라고 했던 제품이다.
엔비디아 반도체의 ‘양산 일정 연기’에 글로벌 빅테크들이 바짝 긴장한 것은 제품의 중요성뿐 아니라 뉴스가 전해진 시기 때문이다. 블랙웰은 이전 제품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 ‘괴물 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블랙웰이 처음 공개됐을 때, 빅테크들은 앞다퉈 주문했다. 차세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빅테크들은 블랙웰을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내년 1분기쯤 짓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잇따라 연기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해 AI 모델을 개발·운용하려던 빅테크들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2년간 전 세계 첨단 산업과 주가를 떠받쳤던 AI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6월 한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까지 올랐던 엔비디아가 흔들리면, 다른 AI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으며 ‘AI 버블 붕괴’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 투자 스케줄도 차질
엔비디아의 블랙웰 공급 지연 발표는 빅테크를 향한 AI 회의론을 더 심화할 수 있다. 메타·구글은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위해 블랙웰을 100억달러 이상 구매했고, MS는 자사뿐 아니라 오픈AI가 쓸 물량을 최대 6만5000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대량생산 직전에 중대한 설계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칩을 기다리는) 메타, 구글, MS 등 고객사에 큰 혼란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AI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불안 요소가 더해진 셈이다.
엔비디아 자체의 실적에도 생산 지연은 악재다. 월가 일각에선 블랙웰 제품이 내년 엔비디아에 20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같은 전망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이미 전고점이던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도 안 돼 20%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 역시 설계 결함이 수정될 때까지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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