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 “이런 전환기 땐,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위험”
‘인공지능(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빅테크들은 AI 개발과 투자를 지속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시장에 맞서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기술 분야에서 이런 전환기를 겪을 때는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투자업계는 나스닥이 폭락한 ‘검은 금요일’을 보면서 AI 수익성을 걱정하고 있지만, 빅테크들은 AI 투자를 줄일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AI 수익? “인내심을 가져라”
빅테크들이 주가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AI 개발을 밀어붙이는 것은 AI 기술을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NYT)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올해 초 “연말까지 AI 인프라에 300억달러(약 40조8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4월에는 투자액을 350억달러로 늘렸다. 지난 31일 2분기 실적 발표 땐 투자 규모가 37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지금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필요 이상으로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AI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자를 줄이면, 경쟁자들에게 주도권을 뺏겨 도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AI 투자 증액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AI 투자가 1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AI 기업들도 현재의 버블이 머지않아 터질 수 있다는 점은 각오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 경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버블 붕괴’ 이후 경쟁자들이 떨어져 나갔을 때,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특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 경쟁자가 출현하기 어렵다”며 “특히 AI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산업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빅테크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닷컴 버블 재현되나… “그때와 다를것”
이번 ‘검은 금요일’을 두고 일각에선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닷컴 버블은 1995년 인터넷 브라우저의 대중화를 이끈 ‘넷스케이프’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의 성장으로 이른바 ‘.com(닷컴)’을 붙인 IT 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금을 유치했고 주가도 크게 뛰었다.
하지만 2000년 3월 10일 금요일, 정점을 찍은 IT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닷컴 버블’이 터졌다. 닷컴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자 몰렸던 투자금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다. 야후, 라이코스, 시스코, 넷스케이프 등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닷컴 버블과 현재의 AI 붐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닷컴 버블은 신생 벤처 기업들이 주도한 반면 지금의 AI 붐은 MS,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가 주도하고 사업의 실체도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닷컴 버블을 거론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챗GPT가 등장한 게 2022년 말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AI 버블’이 오지도 않았다”며 “닷컴 버블을 거치면서도 구글, 아마존 같은 혁신 기업이 살아남아 인터넷 혁명을 이끌어왔다”고 했다. AI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일부 기업이 도태될 수 있지만 AI 개발의 큰 흐름은 살아남은 혁신 기업에 의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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