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치밀한 논리로 싸운다, 워싱턴·뉴욕서 뭉친 ‘MZ 탈북민’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8. 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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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북한청년지도자총회’
지난 7월 29일 북한청년지도자총회 소속 탈북민들이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일부 참석자는 안전 문제로 얼굴 비공개를 요청했다. 1980~1990년대생 탈북민 열 명으로 구성된 북한청년지도자총회는 지난달 24~30일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 백악관·국무부 등 미 정부 및 민간 인사들과 두루 만나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청년자도자총회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청년 열 명이 지난달 24~30일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해 백악관·국무부 등 미 정부 및 민간 인사들과 두루 만나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북한청년지도자총회’는 정치·법률·언론·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1980~1990년대생들로 구성됐다. 비교적 어린 시절 탈북해 북한이 아닌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구축해 이전 세대 탈북민들과 대비되는 청년들이다.

총회는 ‘김정은의 금고지기’라 불리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리정호씨의 자녀로 2014년 탈북한 이현승(39)·이서현(33)씨 남매가 주도했다. 비영리단체(NGO)인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인 현승씨는 “북한 밖에서 충분히 고등교육을 받았고 국제 감각도 익힌 젊은 우리가 국제사회와 더 원활하게 소통하며 한미가 효과적인 대북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 서현씨는 지난 5월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기 위해 해킹에 매진한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온라인 범죄를 막을 사이버 안보가 그의 전공 분야다.

서현씨는 중국어·영어가 모두 능숙하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 대사에게 중국어로 반박해 화제가 됐고, 지난달엔 고(故) 존 매케인(1936~2018) 상원의원의 유지(遺志)를 받든 매케인연구소 ‘글로벌 자문위원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그는 “우리 선배 세대들이 고통스러운 삶과 아픔을 주로 얘기했다면 우리는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북한청년지도자총회'에 참여한 이서현씨.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 대사에 중국어로 반박해 화제가 됐다. /이서현씨 제공

2013년 탈북 후 2년 만에 미국에 정착한 정소연(24)씨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다. 4년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미국 생활, 미용 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구독자가 약 7만7000명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미 정부가 수여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정돼 각각 시러큐스대·브랜다이스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안성혁·장은숙씨도 이번 일정에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워싱턴 DC에 있는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탈북 후) 구글에서 ‘김정일’을 검색하며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체험했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울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모임을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갖춘 젊은 탈북민들이 목소리를 낼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승씨는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평소에 쓰지 않던) 북한 사투리가 나왔고 서로를 응원·격려하며 유대감은 배가 됐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서 열린 정전 협정 71주년 기념식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최근 한국 국회에선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해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나”라 말한 것이 논란이 돼 사과했다.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보훈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금혁(33)씨는 “탈북민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우리는 목숨을 걸고 쟁취한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2018년 확정, 5년간 출마 금지)됐던 최 의원 본인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배움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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