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26% 폭락… 혁신 놓친 인텔 ‘예고된 추락’
1970년대부터 세상에 없던 반도체를 내놓으며 한때 ‘반도체의 황제’로 불리던 인텔이 ‘검은 금요일’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주력인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안주하며 혁신을 미룬 대가를 치르고 있다.
2일 인텔의 주가는 하루 만에 26.06% 폭락, 21.48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4분의 1 수준인 918억달러(약 125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인텔은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128억3000만달러(약 17조4680억원)의 매출을 올려 월가 전망치(129억4000만달러)를 하회했고, 16억1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칩 한 장에 여러 기능을 집적한 CPU를 내놓은 혁신의 대명사였다. CPU의 출현은 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소형화를 가능하게 하면서 IT 산업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계기가 됐다. 인텔이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꼽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내세운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가설)’은 반도체의 발전 역사 그 자체였다.
이런 인텔도 한순간 혁신의 기회를 놓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텔 인사이드(inside)’로 대표되는 PC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면서 2000년대 전후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시작된 모바일 반도체 붐을 간과했다. 2020년에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고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에 진출했으나 적자만 커지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AI 반도체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 등 경쟁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 반도체의 대표 주자로 바이든 정부에서 생산 설비 투자 대가로 최대 195억달러(약 26조5000억원)를 받기로 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인텔은 이에 따라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을 감원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던 미국·유럽의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다수 중단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로 몇몇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한순간 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지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인텔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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