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시작도 안 한 공영방송 이사들을 청문회 부른다니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가 이번 주 이른바 ‘방송 장악 청문회’를 실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첫날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 위원회’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등 13명을 선임했는데 이것의 적절성을 따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 방문진과 KBS 신임 이사 등 28명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때처럼 정권 공격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 위원장은 민주당 주도의 탄핵 소추로 취임 이틀 만에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탄핵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때 할 수 있는 극단적 조치다. 이 위원장이 취임 하루 만에 그럴 만한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민주당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국회로 불러 추궁하려 한다.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 소추한 뒤 법사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민주당이 청문회에 부르려는 방문진과 KBS 신임 이사들은 기존 이사들의 잔여 임기가 끝나지 않아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다. 임기가 시작되지 않아 출근도 하기 전인 사람들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한 의도는 뻔하다. 범죄자인 양 몰아붙이고 윽박질러 길들이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달 전 ‘방송장악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놓았다. 진작에 ‘국정조사 실시’란 답을 정해놓고 청문회 쇼를 벌여 마치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 직무 대행인 김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할지 모른다. 이미 전임자인 이상인 전 부위원장도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자진 사퇴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MBC를 포함한 친야 방송을 지키려는 목적 때문이다. 국회 개원 이후 두 달간 민주당이 한 것이라곤 이재명 전 대표 방탄과 MBC 지키기뿐이다. 이 전 대표가 말한 ‘먹사니즘’이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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