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9mm’차로…그랜드슬램·3관왕·최다 금메달 역사 새로 쓴 김우진[파리2024]

한국 양궁 기록 다시 쓴 김우진
승부는 단 4.9mm차로 결정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이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동메달을 차지안 이우석.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마지막 승부는 단 4.9㎜ 차로 갈렸다. 김우진(32·청주시청)이 그토록 바라던 첫 올림픽 개인전 우승의 순간, 김우진은 활짝 웃으며 박성수 감독을 껴안았다.

김우진은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6대5로 이겼다.

살 떨리는 승부였다. 1, 3세트를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4~5세트 6개 화살 중 5개를 10점에 맞추면서 슛오프로 향했다.

슛오프에선 화살 하나로 승부가 결정된다. 여기서도 두 선수는 모두 10점을 맞췄다. 동점이면 화살부터 과녁 중앙까지 거리를 비교해 더 짧은 선수가 승리한다. 김우진이 55.8mm, 엘리슨이 60.7mm였다. 단 4.9mm차로 김우진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이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을 만나 세트 점수 6-5로 이겼다. 금메달을 확정된 뒤 김우진이 감독과 껴안고 있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이상섭 기자]

단, 4.9mm차로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김우진은 극적 승리와 함께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단체전, 혼성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가져가며 3관왕에 등극했다. 동시에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지난 3개 올림픽 동안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의 기록도 뒤집혔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사상 처음으로 5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때도 한국은 전종목을 석권했지만 리우 땐 혼성 단체가 없어서 금메달이 4개였다.

김우진은 한국 양궁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졌다. 한 번 나가기도 어렵다는 올림픽 무대에 이번 파리 대회까지 3번 연속으로 올랐다. 올림픽에 3차례 출전한 한국 양궁 선수는 김수녕, 장용호, 임동현에 이어 김우진이 4번째다.

그는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궁사로 인정받으며 주요 국제대회에서 따낼 수 있는 우승 타이틀은 거의 다 가졌다. 다만 유독 올림픽 개인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32강에서 조기 탈락했고, 2020 도쿄 대회에서는 8강에서 패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이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시상대에 올라 3관왕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동메달을 차지안 이우석.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이상섭 기자]

김우진에게 개인전 금메달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개인적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에 그간 김우진에겐 승부를 마무리 짓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라왔는데, 이번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오해를 종식했다. 김우진은 준결승에서도 대표팀 후배 이우석(코오롱)을 만나 슛오프까지 간 끝에 승리했다.

김우진은 양궁 명문 이원초 출신으로, 초교 4학년 때 친형을 따라 양궁에 입문했다. 처음엔 재미 삼아 시작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충북 소년체전을 제패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세계기록을 갈아치우고 남자 단체·개인전 2관왕에 올랐다.

2011년에는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단체·개인전 2관왕을 달성했고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