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다가가는 ‘플라워혼’… 어떻게 만들어졌나
머리에 혹이 달린 ‘플라워혼’(Flowerhorn)이 경기도 부천의 한 수족관 겸 동물원 어항을 유영한다. 어항 위에 ‘사람이 만든 반려 물고기’란 글귀가 적혀 있다.
이 물고기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금강혈앵무’와 남아메리카 시클리드인 ‘그리니시 골드 타이거'(Greenish Gold Tiger)를 인위적으로 교배시켜 만든 것이 그 시초로 알려졌다.
시클리드(Cichlid)는 분류학상 조기어강 키클라목 키클라과(Cichlidae)에 속하는 물고기를 모두 일컫는 이름이다. 동아프리카의 탕가니카호, 빅토리아호, 말라위호와 같은 큰 담수호에서 다양한 생태적 역할을 위해 약 2천~3천 개의 종으로 빠르게 진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1986년 대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혈앵무(Blood Parrot Cichlid)도 자연에 없는 생물이다. 보고 즐기는 물고기란 뜻으로 이름 붙인 관상어(觀賞魚)의 하나다. 입은 부리처럼 튀어나와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을 씹지 못하고 목 근육을 사용해 먹이를 삼킨다. 인공 교배종이라 자연에서 살지 못하고 수족관 등 분리된 곳에서만 살 수 있다. 혈앵무 중 금빛 종을 금강혈앵무 또는 골든혈앵무라 부른다.
이 인공 교배종과 남아메리카 시클리드를 다시 인위적으로 교잡한 플라워혼은 화려한 무늬와 머리 위에 돋아난 큰 혹이 특징이다. 성체는 보통 25~30㎝ 크기인데, 크게는 40㎝까지 자란다.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올 당시 플라워혼은 ‘레드 다이아몬드’ 종이었다. 2000년대 초 관상어 시장이 커지면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플라워혼 품평회’까지 열렸다. 한데 산업화한 관상어 시장과 사람들의 욕심 탓에 더욱 값비싼 플라워혼을 만들어내려는 이른바 ‘품종 개량’이 끊임없이 시도된다. 더 큰 혹, 더 화려한 색상, 더 반짝이는 펄을 가진 플라워혼을 완성하려는 교배가 잇따랐다.
이 결과 수입가가 천만원대에 이르는 ‘밀레니엄 피닉스’란 플라워혼이 탄생한다. 하지만 당시 당연시됐던 ‘생먹이’ 사육으로 수명이 너무 짧아 이 종은 오래가지 못했다. ‘생먹이’란 살아 있는 물고기, 곤충, 개구리 등을 주는 것을 말한다. 요즘 플라워혼은 사료만으로 키운다.
이후에도 새로운 품종을 향한 인위적 개량은 계속된다. 그 부작용으로 새로 탄생한 플라워혼들은 어릴 적 빠르게 형질 발현을 보인 뒤 2년을 채 못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선천적인 소화불량, 그리고 타 어종에서 볼 수 없는 유전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 플라워혼은 사람이 어항 가까이 가면 빠르게 반응해 ‘워터도그’, 즉 물강아지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는 먹이를 주는 사람에 대한 조건반사일 뿐 교감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성질이 대단히 사납고 공격적이어서 다른 어종은 물론 같은 어종끼리도 합사하지 않고 단독으로 키워야 한다.
사람의 욕심은 인위적 교잡에 그치지 않고, 발전된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LMO·Living Modified Organism)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미국 등 국외에서 개발·유통하는 ‘빨리 자라는 연어’ ‘형광빛 나는 관상어’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8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3조는 ‘동물 보호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원칙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반짝이는 무늬에 큰 혹을 머리에 달고, 평생을 갇힌 곳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플라워혼은 행복할까. 또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즐거울까.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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