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아세안 청년 교류, 신뢰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해외여행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속되는 엔저 현상에 힘입어 일본은 여전히 선호 여행지 1위이다. 그다음으로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단지 관광 휴양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한국의 제2의 교역대상이자 제2의 해외 투자 대상 지역이며, 제1의 인적 교류 대상지이다. 2050년에는 세계 4위의 경제 블록 성장이 예측된다. 젊고 역동적인 이 지역은 동아시아라는 지리적, 문화적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어 한국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작년 여름, 한국과 아세안 10국 정부 간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는 서울과 베트남 두이탄대학교에서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아세안 대학생들은 2주 동안의 워크숍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 등 주제 토론과 체험 행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2022년 한-아세안센터가 양측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호 인식 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청년의 90%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관심을 보였다. 반면, 한국 청년은 절반만이 아세안에 관심이 있었고 개발도상국, 무더위, 빈곤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양측 청년들은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위해 인적 교류 프로그램 확대, 아세안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 노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마르티너스 연구원은 한-아세안 청년 간 인식 차이를 지적하며, 현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 실현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한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내에서는 한류의 주요 소비층인 청년들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신뢰와 연대는 공유하는 가치와 상호 이해,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현재 양측 청년들 간의 제도적 교류는 대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캠퍼스 아시아 플러스, AIMS 등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주도, 엘리트 아세안 국립대학교 위주, 소규모 교류, 제한된 프로그램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유럽연합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말부터 시행한 에라스무스는 유럽연합 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학생과 교수들까지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매년 30만명이 넘는 교환학생, 인턴십 학생, 단기 교류자, 자원봉사자가 참가한다. 에라스무스는 연대감, 유럽 시민의식, 사회적 포용과 다양성 인식 제고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아세안 청년들 간의 교류도 그동안의 제한되고 폐쇄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에라스무스와 같은 큰 틀에서 준비되기를 기대한다. 정부 주도로 개방적이고 과감한 규모의 청년 교류 프레임을 만들고 투자해야 한다. P2A(Passage to ASEAN)와 같은 아세안 대학 연합체와의 협력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아세안 대학생들이 협력 대학교에서 2년 동안 2개 대학교에서 수학하면 방문 국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전문 지식과 경험, 나아가 장래 직업까지 구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한-아세안 대학교 참여 콘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상호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공유함으로써 청년들의 미래를 도울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할 수 있다.
한-아세안 청년들이 상대국에 관한 전문가로서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저출생으로 인해 국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위기가 커지고 있다. 한-아세안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아세안의 준비된 인재들을 활용한다면 향후 어려운 시기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과감하고도 정교한 아세안 인력 수용 설계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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