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난 이제 ‘G.O.A.T’···젖어있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올림픽x인터뷰]
“오늘까지만 즐기고, 새 목표 향해 달리겠다
엘리슨과 나는 양궁의 메시와 호날두 아닐까”
김우진(32·청주시청)은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이젠 고트(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고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 양궁 최초의 3관왕이자 한국 동·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다운 발언이었다.
김우진은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으로 꺾고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 마지막 한 발을 두 선수 모두 10점에 꽂았지만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55.8㎜로 엘리슨의 60.7㎜ 보다 4.9㎜ 가까워 금메달이 결정됐다.
김우진은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 슛오프까지 치열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 기쁘다”면서 “4강에서 맞붙었던 이우석 선수한테 미안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웃었다.
마지막 결승전을 떠올린 김우진은 “슛오프에서 마지막 화살을 쐈을 때 10점 라인에 걸리게 쐈다. 엘리슨 선수도 비슷한 곳에 쐈기에 마지막까지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 감독님과 포옹을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쏘고 싶었는데, 절반 정도는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김우진에게 이번 개인전 금메달은 부족했던 마지막 조각을 채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우진은 양궁의 큰 무대를 지배했던 선수로 이날 전까지 올림픽에서 4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개, 아시안게임에서 3개, 아시안선수권대회에서 4개 등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런데 올림픽은 개인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32강, 도쿄 올림픽에선 8강에 그쳤는데, 이번엔 마지막까지 승승장구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또 김우진은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따내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금메달 4개)을 넘어 한국인 개인 통산 올림픽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썼다. 김우진은 “많은 선·후배님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또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자체가 스스로 기쁘다. 이젠 고트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자신이 이룬 성과에 기뻐하면서도 만족을 몰랐다. 고트라 불릴 만한 위치에 올랐으나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김우진은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메달을 땄다고 (그 기분에) 젖어있지 마라. 해가 뜨면 마른다’”라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 아직 은퇴 계획이 없고, 4년 뒤에 있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새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우진은 이날 자신과 결승전을 치른 엘리슨과 경쟁 구도를 축구의 고트를 다퉜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우진은 “엘리슨은 그 누구보다 퍼펙트한 아처”라면서 “축구에 메시와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은 김우진과 엘리슨이 아닐까? 누가 메시인지는 서로 좋아하는 게 다르니 말하기 어렵다. 우리 둘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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