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 '무슬림·이민 증오' 폭동 확산…"주말 최소 100여명 체포"
일부 극우 단체 시위 주도…SNS 미확인 정보 확산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런던, 하틀풀, 브리스톨, 벨파스트, 사우스포트, 스토크온트렌트, 리버풀을 포함한 영국과 북아일랜드 전역에서 폭동으로 최소 100여명이 체포되고, 일부는 기소가 이뤄졌다. 영국 경찰은 시위자에 대한 채증 영상을 분석하면 더 많은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각) PA통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장관들과 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내각 회의를 가졌고, 샤바나 마흐무드 법무부 장관은 "사법 시스템 전체가 가능한 한 빨리 유죄 판결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벽돌, 의자, 병이 경찰에게 던져졌고, 영국 내 모스크(이슬람사원)이 공격을 받았으며, 도서관을 포함한 전국의 여러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경찰서가 시위자들의 폭력으로 불타버렸다.
AP통신은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영국 북서부 리버풀, 서부 브리스톨에 이르기까지 영국 전역의 여러 지역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펼쳐졌으며 현지 경찰이 폐쇄회로(CC)TV, 소셜 미디어, 바디캠 영상을 분석함에 따라 추가 체포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리버풀의 머지사이드 경찰은 약 300명이 폭동에 연루됐으며, 일부 커뮤니티 시설에 방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P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사회 중 하나를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지역 건물도 심하게 파손됐다. 스티브 로더럼 리버풀 시장은 이 공격이 건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에 대한 공격"이며 "아직도 슬픔에 잠긴 가족들과 월요일의 공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존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폭도들이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을 위한 접근을 막으려고 했고, 소방차에 돌 등을 던지고 택시의 뒤 유리창을 깨뜨렸다고 밝혔다.
머지사이드 경찰은 3일에만 총 23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한 경찰관은 시위대에 의해 발로 차여 오토바이에서 떨어졌고, 다른 시위대는 경찰관의 폭동 진압용 방패를 발로 걷어 차려고 했다.
현지 경찰 간부는 시위대의 행동을 "비참하다"고 말하며 이번 폭동 사건의 영향은 주민들에게 치명적이겠지만, 우리는 관련자들을 체포해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브리스톨에서도 경찰이 시내 중심가에서 폭력적인 무질서로 인해 14명을 체포했으며, 현지 경찰은 이를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랭커셔 경찰은 20명 이상이 체포됐고 블랙풀, 프레스턴, 블랙번 일부 지역에 시위대 분산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스태포드셔 경찰은 스토크온트렌트에서 무질서가 이어진 후 1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북아일랜드 경찰(PSNI)은 벨파스트에서 발생한 범죄 피해 신고를 증오 범죄로 취급하고 있으며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일인 4일 추가 시위가 계획돼 있으며 앞으로 며칠 동안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 관계자는 "사람들이 다시 이런 일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경찰은 준비가 되어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 추가로 130개의 경찰부대가 배치돼 있어, 이는 거의 4000명의 공공 질서 훈련을 받은 경찰이 추가로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니 문제와 혼란을 일으키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가 당신을 지켜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폭동 사태는 지난달 29일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의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교실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를 위한 지역 사회 주도 추모회가 열린 뒤에 발생했다. 당시 한 남성이 여러 어린이들이 모인 댄스교실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무차별로 휘둘렀고 이 칼부림 사고로 6세, 7세, 9세 등 3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또 다른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미성년자에 대한 처리 법률에 따라, 흉기난동 용의자로 17세 소년이라고만 발표하고 정확한 인적 사항을 공재하지 않고 아동에 대한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BBC는 용의자가 르완다 출신 부모 사이에서 영국 웨일스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카디프에서 태어났으며, 가족은 2013년 뱅크스 마을로 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용의자의 실명과 사진 등 미확인 정보가 급속도로 퍼졌고 영국 내 반(反) 이민 정서를 촉발했다.
영국 경찰은 최근 댄스 교실에서 칼부림 난동으로 3명의 소녀가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친 사건 이후 각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다른 범죄는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4일 경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같은 경고는 영국 전역에서 극우 활동가들이 반인종주의 시위자들과 대치하면서 수십 명이 체포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AP에 따르면 이 청년은 무슬림이자 이민자라는 거짓 소문이 온라인에 퍼져 극우 지지자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영국에서는 보통 18세 미만의 용의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리버풀 형사법원은 웨일즈에서 르완다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악셀 루다쿠바나(17)의 신원을 밝히라고 명령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극우 시위대는 칼부림 공격 이후 여러 차례 폭력적인 집회를 열었고, 지난달 30일에는 사우스포트의 칼부림 사건 현장 부근에 있는 모스크 밖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런던의 총리실 부근에서 맥주 캔, 병 등을 투척했다. 사우스포트의 많은 시민들은 비극적인 흉기 사건 이후 조직적인 폭력 행위에 분노를 표출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폭력의 원인을 "극우 증오"로 돌리고 혼란을 종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전역의 경찰에 "거리의 법과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애나 존슨 내무부 장관은 BBC에 경찰이 폭력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돕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존슨 장관은 "경찰은 지금 당장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확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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