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차이가 금빛 갈랐다 … 美 백전노장 꺾은 '양궁 황제'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8. 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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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전설' 등극한 김우진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서
엘리슨과 연장 접전끝에 승리
팽팽한 승부에도 평정심 유지
꾸준함으로 후배들의 롤모델
"은퇴? 4년뒤 LA대회 도전"
韓양궁 金 5개 싹쓸이 새역사

◆ 2024 파리올림픽 ◆

최고 궁사 조언도 금메달감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마라 … 해뜨면 마른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 주장 김우진(왼쪽)이 4일(한국시간)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올림픽 3관왕을 뜻하는 손가락 세개를 펼친 김우진을 향해 동메달을 따낸 이우석이 박수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남자 양궁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이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3관왕을 달성했다. 빈틈없는 경기력으로 개인전 금메달까지 획득한 김우진은 한국 하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5개)을 세우면서 양궁을 넘어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전설이 됐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올림픽 5개 전 종목을 석권했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끝에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앞서 이우석·김제덕과 출전한 남자 단체전, 임시현과 나선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우진은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로 한국 남자 양궁 올림픽 3관왕에 처음으로 올랐다.

특히 김우진은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김수녕(양궁)과 진종오(사격)가 달성했던 한국 하계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 기록(4개)을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경신했다. 김우진은 앞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김우진은 양궁계에서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존재다. 한 번 하기도 힘든 양궁 국가대표를 무려 14년이나 했다. 처음 국가대표에 오른 2010년 이후 한 차례(2013년)만 제외하고 매년 양궁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지난 4월 끝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김우진은 최종 합계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우진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국가대표를 10년 넘게 해온 것 자체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고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말했다. 김우진의 꾸준한 성적은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3일 여자 양궁 3관왕을 달성했던 임시현(한국체대)은 "우진 오빠처럼 꾸준하게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친형을 따라 양궁에 입문해 1년 만에 충북소년체전 대회에서 우승했을 만큼 김우진의 천재성은 일찍이 주목받았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고교 3학년 학생 신분으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김우진이 거둔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세계선수권 개인전 3회 우승, 월드컵 파이널 4회 우승,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 3개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나 김우진이 유일하게 달성하지 못했던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고비도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김우진은 예선 격인 랭킹 라운드에서 동료들과 벌이는 경쟁에 밀려 탈락의 쓴맛을 봤다. 결전지에 입성했지만 정작 본무대에 서지 못했던 아픈 기억은 김우진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양궁 황제'가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자 김우진은 묵묵히 칼을 갈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강한 멘탈은 김우진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파리올림픽에서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는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 없이 일반 성인이 휴식을 취할 때 심박수인 80~100bpm을 보인 것은 큰 화제를 모았다.

노련한 백전노장 엘리슨과 맞붙은 결승전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우진은 첫 세트와 3세트를 엘리슨에게 내줬지만 2·4세트를 따내면서 균형을 이뤘다. 마지막 5세트. 김우진이 먼저 10·10·10점을 꽂았으나 엘리슨도 10·10·10점으로 응수했다. 운명의 슛오프. 김우진이 먼저 10점에 꽂아넣었고 엘리슨은 10점에 쐈다.

양궁 과녁의 10점 부분 반지름은 61㎜. 김우진이 정중앙에서 55.8㎜ 가까이 찍었고 엘리슨이 60.7㎜를 기록했다. 둘의 차이는 단 4.9㎜였다.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고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순간 김우진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김우진은 한국 올림픽 역사를 새롭게 쓴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고 불려도 될 것 같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됐고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낸 선수가 돼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대회 3관왕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우진은 "은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해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에 출전하겠다"면서 "후배들에게는 메달을 땄다고 젖어 있으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우진의 금메달로 한국 양궁은 5개 전 종목 석권도 이뤘다.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남녀 개인·단체전 등 4개 종목을 석권한 바 있고 도쿄올림픽에서는 남자 개인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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