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센강에서의 구토’와 올림픽의 적들
‘센강의 역설.’
최근 2024 파리 올림픽 경기 도중 센강에서 경기를 한 선수가 구토를 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됐다.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마친 남자 선수가 10여 차례 구토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센강의 수질 논란이 다시 지펴졌다.
센강은 올림픽 개최 전부터 수질오염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센강에서는 이미 101년 전인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산업폐수와 생활오수가 걸러지지 않고 쏟아졌기 때문이다. 파리는 2017년 이번 올림픽 유치 이후 2조 원이 넘는 돈을 수질 개선 사업에 썼다.
센강의 수질이 나아졌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올림픽을 앞두고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센강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등 애썼으나 민심은 싸늘했다. 오히려 센강에 ‘배변을 하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시적인 수질 개선 홍보에 비해 실제로는 수질 개선 효과가 적은 데 대한 반발이자 비아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렸지만 선수의 구토 모습이 부각되면서, 그 원인을 둘러싸고 그동안의 각종 논란이 거듭 재조명되고 있다.
올림픽에서 이렇듯 환경오염이 논란이 된 적은 과거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2008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의 대기오염 논란이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테니스와 마라톤 선수의 불참 선언이 터져 나오는 등 사태가 심각했다. 해결을 위해 중국이 준비한 카드는 ‘인공 강우’였다. 베이징 인근 공장들을 폐쇄하고 차량 홀짝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오염 단속을 실시하는 한편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상공에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등 화학물질을 발사해 인공적으로 물방울을 맺히게 한 뒤 비를 내리게 했다. 이를 통해 베이징 상공의 대기오염 물질을 씻어냈다.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당일에는 반대로 개회식 도중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개회식 전에 주변의 비구름들이 미리 비를 내리게 했다. 개회식 당일 베이징 인근 21곳에서 1104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중국은 당시 약 5000대의 로켓 발사대, 대포 7000여 문, 전용기 134대, 운영요원 약 4만 명으로 이루어진 인공강우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국이 올림픽을 위해 환경오염 개선 비용으로 쓴 돈은 18조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하늘마저 움직이고자 한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올림픽 이후에도 획기적으로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베이징 지역 인공강우로 인해 다른 지역의 가뭄이 심해졌다는 등 여러 부작용이 제기됐다.
최근 올림픽 때마다 이 같은 환경 이슈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1 도쿄 올림픽 때는 폭염을 피해 마라톤 경기를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북부 삿포로에서 열었음에도 많은 선수가 기권했으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아 올림픽 최초로 설상경기장을 100% 인공 눈으로 채워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앞으로 기후 온난화로 인해 겨울올림픽을 제대로 열 수 있는 도시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각종 정치적 이슈나 테러 등 일반적으로 올림픽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 외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 그 자체가 올림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적대적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이번 센강 수질이나 베이징 대기오염 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일시적인 대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좀 더 근본적이고 긴 시간의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센강의 구토’는 인류의 축제가 인류가 저지른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리에게 구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파리의 자랑인 센강이 문화·예술적 자부심이 아닌 일종의 경고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며 느낀 센강의 역설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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