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유지' 위한 원화표시 외평채, 21년 만에 발행 추진

권순완 기자 2024. 8. 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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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환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1년 만에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 발행을 추진한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통상 외환 당국이 시장에서 원화 가치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기 위한 재원으로 조달된다. 정부가 미국의 금리 인하로 현재의 강(强)달러(원화 약세) 현상이 급격히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와 채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 9월쯤부터 연말까지 1년 만기 원화표시 외평채를 8조~10조원어치 발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매달 2조~3조원씩 발행할 수 있는 물량이다. 원화 외평채는 지난 2003년 외평채를 국고채와 통합해 발행하는 체제로 바뀐 후 지금까지 발행된 적이 없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 목적으로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 재원으로 쓰인다. 통상 외환당국은 달러당 원화 환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달러 가치 상승) 보유한 달러를 매도해 달러 값을 낮춘다. 반대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달러 가치 하락) 원화로 달러를 매수해 달러 가치를 방어한다.

원화표시 외평채는 이 중 후자의 경우에 쓰인다. 달러를 사들일 실탄인 원화를 비축하는 것이다.

사실 올해처럼 강달러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선,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추후 강달러 현상이 누그러질 경우에 대비해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

정부가 이번에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려는 것은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2003년 이후 외평기금은 외화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왔는데, 그 비용이 직접 단기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쌌다. 공자기금이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한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장기물의 금리는 통상 단기물보다 높다.

다만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근거를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원화표시 외평채의 구체적 발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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