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식 찾아내기[내가 만난 명문장/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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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무술 가르치기 실패 후에 의욕이 떨어진 만화 주인공 팬더 포와 시푸 스승의 대화다.
더 이상 발전하기 싫다는 제자에게 너구리와 고양이를 반반 섞어 놓은 스승의 씰룩이는 표정이 철학적 존재의 의미를 툭 던지며 포의 미래를 이끄는 대목이다.
1968년에 딕 포스베리가 배를 위로 한 채 높이뛰기를 한 일이라든가 수영 턴을 남들 다 손으로 할 때 발로 터치해서 수영 기술의 표준을 만든 일이 메달보다 더 귀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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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만 하면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질 수 없는 법이야. / 포: 전 지금이 좋은데요. / 시푸: 넌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지 않니?”
―영화 ‘쿵푸팬더3’ 중
대화 중간에 포가 ‘전 지금이 좋은데요’라는 소박한 말투가 인간의 현존을 고백하는 것 같아 측은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만족과 체념 사이의 어느 상태일 텐데 그것을 시푸 스승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더 노력하라는 진부한 응원도 아니고 힘써 정진하면 성공한다는 꼰대의 가르침도 아니다. 시푸는 ‘기존의 하던 관습과 몸에 밴 방법’에 주목하며 그것이 너의 진짜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남들 하던 방법을 의심없이 따라 하며 노력한 후 일등이 되는 것도 특출난 일이지만, 기존 익숙해진 방법을 스스로 버리고 새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이로운 일이다. 1968년에 딕 포스베리가 배를 위로 한 채 높이뛰기를 한 일이라든가 수영 턴을 남들 다 손으로 할 때 발로 터치해서 수영 기술의 표준을 만든 일이 메달보다 더 귀한 일일 수도 있다. 창의적 도전이란 메달로 가늠할 수 없다. 자기다운 방식을 발견한 순간이 금메달보다 빛나는 자기만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한명수 디자이너 ‘말랑말랑 생각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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