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선발전 뚫은 신궁들, 파리에서 ‘불패 신화’를 쏘다

장필수 기자 2024. 8. 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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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은 역시 강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5개)을 석권하면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서향순이 처음 금메달을 딴 뒤 2008년 베이징 대회(중국 장쥐안쥐안 우승)를 제외하고 개인전을 전부 석권해왔다.

한국 남자 양궁 선수 두명이 올림픽 개인전 시상대에 함께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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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양궁 5종목 싹쓸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우진(오른쪽)이 임시현의 축하를 받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한국 양궁은 역시 강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5개)을 석권하면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양궁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첫 주자는 여자 단체였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이뤄진 한국 대표팀은 중국을 슛오프 끝에 꺾고 10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양궁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이 포함된 1988년 서울 대회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번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번 여자 대표팀이 모두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이어서 경험 부족 우려도 낳았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에서 미국 브래디 엘리슨을 꺾고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대표팀의 활약에 남자 대표팀도 힘을 냈다.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은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김우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구본찬(현대제철), 이승윤(광주남구청)과 함께, 2021년 도쿄 대회에서는 오진혁(현대제철), 김제덕과 팀을 이뤄 금메달을 합작해냈다. 이우석은 대표팀에 발탁되고도 코로나19로 도쿄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바람에 올림픽에 출전 못 했던 아픔을 이번에 훌훌 털어냈다.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의 남수현(오른쪽부터), 임시현, 전훈영이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트를 만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김제덕(왼쪽부터), 김우진, 이우석으로 꾸려진 남자 양궁 대표팀이 7월29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은 뒤 시상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우진과 임시현은 혼성 단체전 금메달도 따냈다. 혼성 단체전은 도쿄 때부터 도입된 종목이다. 당시 안산-김제덕 짝이 초대 우승자가 됐다.

여자 개인전 결승은 한국 선수들끼리 대결이었다. 에이스 임시현과 막내 남수현이 맞붙었다. 금·은을 확보한 상황에서 펼친 대진에서 임시현이 에이스다운 면모를 뽐냈고 대회 3관왕으로 우뚝 섰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서향순이 처음 금메달을 딴 뒤 2008년 베이징 대회(중국 장쥐안쥐안 우승)를 제외하고 개인전을 전부 석권해왔다. 단체(혼성 포함)·개인 모두 합하면 최근 열린 23번의 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22번 최정상에 섰다. 여자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피날레는 김우진과 이우석이 장식했다. 김우진은 금메달을 따내면서 2016년 리우 대회 구본찬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섰다. 김우진과의 4강전에서 패한 이우석은 3·4위전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양궁 선수 두명이 올림픽 개인전 시상대에 함께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대표팀 전력이 탄탄했다는 뜻이 된다.

한국 양궁은 극악의 대표 선발전을 치른다. 전 대회 금메달리스트도 예외 없이 선발전에 참가해 똑같은 위치에서 평가받는다. 도쿄 대회 3관왕 안산조차 선발전을 뚫지 못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과거의 성과와 관계없이 오롯이 현재의 실력만으로 평가하니 40년 가까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정함과 투명함이 현재의 양궁 대표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 대비 훈련 시스템도 양궁 금메달 싹쓸이의 밑바탕이다. 한국 양궁은 대회 전부터 현지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한 훈련장을 진천선수촌에 마련해 미리 현지 적응력을 높여왔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번에도 파리올림픽 경기장의 실제 조감도를 100%로 반영한 훈련장을 선수촌에 마련했다. 장내 아나운서 멘트, 관객 환호성, 소음 등도 프랑스와 영어로 재현했다. 긴장감 높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실력이 발휘될 수 있었던 이유다. 후원사인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양궁 로봇과의 훈련도 효과를 봤다. 임시현은 “양궁 로봇이 100% 10점만 쏜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느꼈다”며 “실전에서 느꼈던 긴장감이었다”고 했다.

파리/장필수 기자, 김양희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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