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4.9㎜ 더 가까웠던 김우진…‘역대 최다’ 5번째 금 꿰다

황민국 기자 2024. 8. 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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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 개인전 금 추가…김수녕 기록 뛰어넘어
세 손가락 양손에 ‘번쩍’ 김우진(가운데)이 4일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두 손으로 손가락 3개씩을 펴보이며 3관왕을 표시하고 있다. 동메달을 딴 이우석(오른쪽)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파리 | 연합뉴스
미 엘리슨과 슛오프 끝 3관왕
리우 32강·도쿄 8강 한 풀어
2010년 광저우 AG부터 출전
국제대회 휩쓸며 ‘최고’ 군림
4년 뒤 LA 대회 출전도 별러
“더 새로운 역사 써내려갈 것”

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마무리한 것은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이었다.

김우진은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꺾고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 마지막 한 발을 둘 모두 10점에 꽂았지만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55.8㎜로 엘리슨의 60.7㎜보다 4.9㎜ 가까워 금메달이 결정됐다.

앞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은 남자 선수로는 최초의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양궁에서는 지난 도쿄 대회에서 안산이, 이번 대회에서 임시현이 양궁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던 터라 통산 5개의 금메달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금메달 4개)을 넘어 한국인 개인 통산 동·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썼다.

한국 양궁 전체로는 이번 대회 5번째 금메달이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4개)에 이어 금메달을 독식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또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김우진은 충북체고 3학년 때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 포상금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제외하면 모든 메이저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태극마크와 깊은 인연을 자랑했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보다 대표팀에 뽑히는 게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에서 김우진처럼 오랫동안 대표팀 자리를 굳게 지킨 선수는 없다.

큰 무대에서도 강해 이날 전까지 올림픽에서 4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개, 아시안게임에서 3개, 아시안선수권대회에서 4개 등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김우진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궁사로 불린다.

그랬던 김우진이 유독 올림픽 개인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32강, 도쿄 올림픽에선 8강에 그쳤다. “머리는 비우고, 마음은 뜨겁게”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우진이 “이번 대회 개인전만큼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던 건, 과거의 실수를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잘 드러냈다.

김우진의 간절한 마음은 이번 대회 성적에서 잘 묻어났다. 김우진은 랭킹 라운드를 1위(686점)로 통과하며 출발부터 압도적이었다. 김우진은 임시현(21·한국체대)과 함께 참가한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개인전도 갖은 위기를 넘기며 결승에 올랐다.

세계양궁연맹(WA)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랭킹 라운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는데, 김우진은 당당히 징크스를 깼다.

김우진은 8강에서 도쿄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메테 가조즈를 6-4(25-28 29-28 29-26 26-27 28-26)로 꺾은 뒤 이우석(27·코오롱)과 준결승 맞대결을 펼쳤다. 이우석과의 4강전은 세트 점수를 주고받는 명승부가 이어졌고, 결국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28-29 30-28 29-30 29-29 29-27 <10-9>)로 김우진의 아슬아슬한 승리로 끝이 났다.

결승전에선 미국의 베테랑 엘리슨을 만나 세트를 주고받는 팽팽한 승부 끝에 뒷심 강한 김우진이 슛오프에서 결정적 한 발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앞선 두 대회 개인전의 한을 풀어낸 김우진의 도전은 아직 끝이 아니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을 바라고 있는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이 들어가 다행이다. 아직 은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올림픽의 역사가 다시 쓰일 수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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