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는 행인 촬영해” “경찰과 놀자”... ‘무법자’ 따릉이 폭주족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 등으로 난폭 운전을 일삼는 10대 등이 서울 도심에서 폭주(暴走) 집회를 예고했다가 나타나지 않는 해프닝이 4일 발생했다.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폭염 속 경찰력 수백 명이 동원됐지만, 이들은 이런 관심에 “고맙다”며 비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비행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따릉이폭주연맹(따폭연)은 전날 소셜미디어(SNS)에서 “드디어 정모가 내일 성수에서 이뤄진다. 용산까지 빽차(경찰차)한테 안 걸리게 조심하자” “안 잡힌다, 달려보자” “태극기 준비했다” 등 글을 게시했다. 따폭연은 주로 서울 강남·송파·광진·성동·용산 일대 인도·차도를 마구 오가는 ‘거리의 무법자’로 불린다.
서울경찰청은 이들의 폭주 집회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 일선 경찰서 9곳 경력 123명과 순찰차·오토바이 등 장비 53대를 동원했다. 수도권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이날, 서울 37개 지점에 배치된 경찰들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단속 활동을 했지만 따폭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예고를 한 뒤 관심을 한껏 즐긴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틀간 일제 단속을 예고하고 대비한 인원까지 합치면 서울청과 일선서를 비롯해 인력 수백 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경찰이 3일부터 “엄중 단속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관련 보도가 나오자 따폭연은 “광고 고맙다” “별 XX을 다 한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4일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서 만난 이준성(35)씨는 “공원을 자주 산책하는데 소리도 잘 나지 않은 전동 킥보드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너무 위험하고 무섭다”고 했다. 문승식(40)씨도 “날도 이렇게 더운데 경찰들을 이렇게 고생시키느냐”며 “철없는 젊은이들 탓에 공권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따폭연 소셜미디어 구독자는 3000여 명. 서울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비롯, 기어가 없는 자전거인 픽시, 전동 킥보드 등 PM, 오토바이 등을 타고 인도를 마구 폭주하는 영상 수십 개를 올렸다. 보행자들이 ‘악!’ 비명을 지르거나 3~4세 아이 곁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장면을 마치 재밌다는 듯 촬영한 영상도 있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핸들을 좌우로 마구 돌려 보행자 옆을 마구 비껴 간다. 헬멧도 없이 킥보드나 오토바이를 타는 일은 예사다. 보행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칼치기’를 하기도 한다. 추격하는 경찰차를 따돌리며 “찍어, 찍어 추격전이다” “우리가 이겼다” “그저 경찰과 놀고 싶은 것뿐”이라는 멘트를 올리기도 한다. 단속하는 경찰을 향해선 ‘짭새’ ‘민중의 곰팡이’ 같은 조롱을 쏟아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PM 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 2019년 447건에서 작년 2389건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2019년 8명에서 작년 2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엔 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뒤에서 달려온 전동 킥보드에 치였다. 아내는 사고 9일 만에 숨졌고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엔 광주광역시에서 킥보드와 버스 충돌 사고로 2명이 숨졌고, 충북 옥천에서도 여중생들이 탄 킥보드와 승용차가 부딪쳐 한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시속 30km를 넘나드는 킥보드 속도는 인명 피해를 내기 충분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유·혁신 모빌리티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달리는 흉기(凶器)가 양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PM 대여 업체 2곳에 자전거 도로 일부 구간 주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일산 호수공원에서 사망자를 낸 킥보드 운전자도 자전거 도로를 주행 중이었다. PM 업계에 과도한 특혜가 부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PM 대여업은 현재 ‘자유업’으로 분류,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전국에 유통되는 PM 대수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그간 PM 업체들에 대한 당국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된 상황이다. 서울시·경찰 관계자들은 “현재는 도로교통법상 견인 외엔 제재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난폭 운전자들을 처벌할 근거도 미약하다”고 말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솔리다임, 세계 최대용량 AI 낸드 제품 출시
-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 낸 후 ‘술타기’ 시도한 20대 구속 송치
- 멜라니아 “스물네살 차이에 꽃뱀 소리 들었지만, 트럼프 만난 이유는…”
- “나 집주인인데, 문 좀 열어줘”... 원룸 20대女 속여 성폭행 시도
- 중국인이 몰래 항모·국정원 촬영했는데, 처벌할 법이 없다니...
- LIV 골프 내년 5월 ‘인천 대회’ 연다
- 간첩죄 대상 적국→외국 확대, 법사위 소위 통과
- [만물상] “남녀 공학 안 할래요”
- 트럼프 압박 시작됐다, 대만 국방비 110조 될 수도
- 트럼프, 주이스라엘 대사 허커비 지명... 네타냐후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