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이 야당·언론인 통신 사찰"…검찰 "악의적 왜곡"
공수처도 2021년 유사한 논란…법원 '위법 아니다' 결론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다수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일 다수의 정치인과 기자들에게 지난 1월 4일 이들의 통신 이용자(가입자)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을 통지했다.
여기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추미애 의원도 포함됐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통신 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 기록도…"라고 적었다. 추 의원은 "정치 검찰의 사찰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며 수천 명의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인의 통화기록을 들여다본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을 전방위로 사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통신 조회는 올 1월에 이뤄졌다고 하는데) 4·10 총선 민심에 불을 지를까 봐 그동안 숨긴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날 언론 공지를 내고 "논평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통신 사찰이라는 표현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에 통신 가입자 조회 사실 통지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순 가입자 조회'를 한 것"이라며 "조회 범위는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에 한정되고 통화 내역은 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허위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유포됐다는 이른바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또는 핵심 참고인의 통화 내역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통화 내역에는 피의자 등과 통화를 주고받은 상대방 전화번호만 기재돼 있어 이 전화번호 가입자가 누구인지를 조회한 것"이라며 "조회 결과 사건과 관계없어 보이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통신 영장이 발부된 대상자들이 주로 언론인이고 일부 민주당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보니 통화 상대방에 언론인과 정치인이 포함됐을 뿐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 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고, 최근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덧붙였다.
7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통지가 이뤄진 데 대해서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고 피의자 등에게 통신 수사 중인 사실과 수사 목적이 노출될 경우 증거인멸 등 공정한 사법 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 등이 있어 규정에 따라 유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통신 가입자 조회 사실은 30일 이내에 통지돼야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각 3개월의 범위에서 유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2021년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현 민주당 의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기자, 가족·지인, 변호사 등의 통신 가입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나온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통신자료 조회의 부당함을 문제 삼는 고발과 진정이 잇따랐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월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위법하지 않았다면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수처가 원고 등의 통신자료를 수집한 것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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