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슛오프 4.9㎜ 차이로 金... ‘통산 5관왕’ 전설이 되다
한국 양궁, 사상 첫 5개 전종목 석권
김우진(32·청주시청)이 마지막 활을 쏘고 활짝 웃으면서 박성수 감독을 껴안았다. 그 뒤에는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하는 ‘세리머니’까지 했다. 지금까지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도 ‘씨익’ 미소 지을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입을 벌려 환하게 웃었다. ‘개인전의 한(恨)’을 푼 덕분이었다.
김우진은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6대5로 이겼다. 살 떨리는 승부였다. 1, 3세트를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4~5세트 6개 화살 중 5개를 10점에 맞추면서 화살 하나로 승부를 정하는 슛오프로 향했다. 여기서 양 선수는 전부 10점을 맞췄다. 승부를 가른 건 4.9mm의 차이. 슛오프에서도 동점이면 화살로부터 과녁 중앙까지의 거리를 비교해 더 짧은 선수가 승리한다. 김우진이 55.8mm, 엘리슨이 60.7mm였다.
김우진은 극적 승리와 함께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3관왕도 달성했다. 김우진이 지난 3개 대회 동안 얻은 올림픽 금메달은 5개. 역대 한국 선수 최다 기록이다.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동·하계 올림픽에서 따냈던 금메달 4개를 넘어섰다. 동시에 한국 양궁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양궁 5개 전종목을 석권했다. 2016 대회 때는 혼성 단체가 없어서 금메달이 4개였다.
김우진은 2016 리우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남자 단체 3연패(連覇)를 이끌었지만, 개인전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2016 리우에서는 개인전 32강, 2020 도쿄에서는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다. 김우진은 지난 두 대회 단체전에서 1번 사수로 나서왔다. 화살을 빨리 쏘는 김우진은 제한 시간을 적게 쓰기 때문에 뒷 사수들에게 더 여유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경기 승패를 가르는 역할인 마지막 사수로는 나서지 않았는데, 이 탓에 승부를 결정짓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개인전에서도 부진한 이유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우진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보란 듯이 마지막 사수로 나서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김우진은 개인전에서도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왔다. 대표팀 동료 이우석(27·코오롱언더)과의 4강전에서 세트 승점 3-5로 밀렸으나, 5세트에서 29점을 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슛오프에서 10점을 쏘면서 승리했다. 결승전에서는 막판 대 활약으로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우석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6대0으로 깔끔하게 승리하면서 금 1개, 동 1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고교 신궁’이라고 불렸으나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이우석도 역시 한풀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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