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에 혹해 입금했는데… “수익금 모두 가짜” [범죄열전]
가상 주식 매매 앱으로 눈속임…유명 투자 전문가 사칭도
철저한 점조직 형태 운영…총책은 오리무중
130건. 이씨가 가담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엄벌을 촉구한다며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수다.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작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과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설명했다. 평범한 20대 남성의 모습을 한 이씨는 무슨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을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무직이었다. 돈벌이를 궁리하던 중 ‘고액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문구의 인터넷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었다. 이씨 계좌로 돈을 송금받고 이를 인출한 뒤 수표 또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면 됐다.
문제는 이 돈이 주식리딩사기 조직의 범죄수익금이라는 점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인출책이자 범죄수익 세탁책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이 조직은 지난해 8월부터 ‘경제지표를 통해서 투자한다’ ‘고수익이 보장된다’ ‘투자기법 책을 선물해주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피해자들의 의심이 누그러졌을 때쯤, 이들은 외국인 투자 자금과 함께 운용되는 ‘100억 프로젝트’에 투자를 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은 몇 주 배정받지 못하는 유망 공모주를 확보해 놨다며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MQABS’나 ‘MQAM’이라는 이름의 미리 제작한 가상의 주식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하고, 주식을 매수·매도하며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여줬다. 눈앞에서 투자 수익이 불어나는 걸 보며 피해자들은 없는 돈까지 끌어와 투자했다. 실은 그 돈은 모두 조직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은 같은 총책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을 정도로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범죄를 저질렀다. 말단 조직원들을 잡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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