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페의 계절… 대기업도 출격

이복진 2024. 8.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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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카스·참이슬·GS25 등 기업 이름 내걸고 공연 개최
자사 제품 홍보 동시에 충성 고객 확보 ‘일석이조’ 효과
“무료 티켓·저가 판매로 대중문화계 생태계 파괴” 지적도

펩시, 카스, 참이슬을 비롯해 편의점 GS25까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페스티벌 현장에 제품 홍보 부스를 세우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후원사(스폰서)를 넘어 직접 페스티벌 주최에 나선 것이다. 이는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와 동시에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 뮤직 페스티벌 초대권을 주는 행사도 진행해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뮤직 페스티벌 주최에 대해 대중문화 업계에서는 “제품 홍보를 위해 단순히 유명 가수만 모은 것보다는 제대로 된 음악을 듣고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는 진짜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음료수 펩시(한국펩시콜라), 편의점 GS25, 맥주 카스(오비맥주), 소주 참이슬(하이트진로) 등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전면으로 내세운 뮤직 페스티벌을 연달아 열고 있다. 제품 홍보는 물론이고 고정 팬 확보 등으로 판매 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탄산음료 ‘펩시’를 제조·유통하는 한국펩시콜라는 2012년부터 K팝 스타들과 함께하는 ‘펩시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다음달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4 펩시 페스타: 더 뉴 에라(2024 PEPSI FESTA: THE NEW ERA)’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걸그룹 아이브·비비지와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크래비티, 가수 지코, 밴드 설(SURL)·큐더블유이알(QWER) 등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티켓은 펩시와 관계된 다양한 채널에서 이벤트 등을 통해 증정된다.
이에 앞서 편의점 브랜드인 GS25가 주최하는 ‘GS25 뮤비페’가 10일 부산 영화의 전당을 시작으로 17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31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열린다. ‘GS25 뮤비페’는 ‘뮤직 앤드 비어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GS25가 대중음악 공연과 국내외 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2015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10번째라는 의미를 살려 ‘포텐(For 10) 터지는 2024 뮤비페’라는 콘셉트로 god, 박재범, 다이나믹듀오 등 24팀이 무대를 달군다. 티켓은 전석 무료로, 지난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GS25에서 행사 주류 등 상품을 구매해 생기는 포인트와 스탬프를 통해 응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4일에는 ‘2024 카스쿨 페스티벌(CassCool Festival) - 과천’이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다. 맥주 브랜드 ‘카스(CASS·오비맥주)’가 주최하는 음악과 워터쇼가 함께하는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다. 올해에는 하이라이트, 선미, 청하, 다이나믹듀오, 카더가든, 헤이즈 등 37팀이 개성 가득한 3개의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피크닉 광장에 마련된 ‘블루 스플래시 스테이지’에서는 K팝 아이돌 그룹과 힙합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물줄기를 뿜어내는 대형 카스 프레시 캔 모양의 조형물도 설치된다. 카스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보니 서울랜드 곳곳에 카스 브랜드 부스가 만들어지며, 카스 프레시 생맥주와 카스 레몬 스퀴즈,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 등을 맛볼 수 있다. 티켓은 인터파크, 네이버, 야놀자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소주 ‘참이슬’을 제조하는 하이트진로는 다음 달 7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소주 뮤직페스티벌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2018년에 처음 개최한 행사로, 올해는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와 테마파크형 콘텐츠를 준비했다. 에일리, 멜로망스, 이무진, 다비치, 데이브레이크, 마이티 마우스, 키썸, 블리처스, 김나영, DJ 오은별, 싸이버거 등이 참여한다. 참이슬 광고모델인 아이유는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티켓은 인터파크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서정민갑 대중문화 평론가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대중성 있는 가수들을 모아 뮤직 페스티벌을 연다는 점에서 나쁘게 바라볼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뮤직 페스티벌이 주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를 연다면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좋은 뮤직 페스티벌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도 “제값을 치르고 좋은 공연을 보는 문화가 돼야 함에도 기업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저가로 판매해 업계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더불어 기업은 유명 가수만 출연시킴으로써 대중음악계 안에서 ‘승자 독식’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과 유명 가수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면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도 좋지 않은 현상”이라며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명분이 되는 뮤직 페스티벌이 돼야 기업 홍보에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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