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무시한거 아니에요”…총력전 펼치는 두산, 사업재편 설득 나섰다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4. 8. 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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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3사, 주주에 서한 발송
시장 오해 풀기 위해 총력전
재무개선 나선 두산에너빌
5년간 10여개 원전수주 기대
“신기술 확보·설비 증설 시급”
로보틱스·밥캣 ‘시너지 행보’
고객 접점 확충·자율주행 대응
로보틱스 “5년 내 매출 1조원”
UAE원자력발전소 수출모델이자 국내 첫 1400MW급 원전인 신고리 3호기에 공급하기 위해 두산중공업 부두에서 출하중인 신고리 3호기 원자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가 4일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시장 일각의 오해를 풀기 위해 두산 관계사들이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 재편이 성사되면 원자력 발전 사업에 신속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두산밥캣 분할을 통해 1조원 규모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원전 설비 증설에 신속히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도 주주서한을 공개하며 양사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세계적인 원전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산밥캣을 분할할 경우 순차입금 1조2000억원이 감소하고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기는 만큼 세계적 호황기에 접어든 원전 사업에 집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업구조 개편을 마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7000억원이 줄고, 비영업용 자산 처분으로 현금 5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순차입금 감소로 연간 금융비용 66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에서 신규 원전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은 ‘5년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신기술 확보와 생산설비 적시 증설을 위해 현금과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박 대표는 “최근 원자력 시장 수요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외부 시장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선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배당수익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배당수익은 두산밥캣의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두산밥캣은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적인 무인화·자동화 기술 확보를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와의 공통 영역인 무인화·자동화 분야 선도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합병(M&A)과 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양사의 투자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 박 대표는 1대 0.63으로 정해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는 주식시장의 시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실시해 온 배당정책을 통합법인이 승계해 배당 규모를 유지하고 통합법인의 사업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 합병하면 5년 내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 대표는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고객 접점이 현재 보다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약 10조원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자율주행 무인 지게차 시장에 공동 진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각 사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기 위해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사업 재편 방안인데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서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며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오는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지켜봐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6000억원, 1조5000억원, 5000억원이다. 실제 청구권 행사 규모가 이를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3개사 대표들은 주주서한에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며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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