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반납?…발 묶인 시골 노인들 ‘시큰둥’
[KBS 전주] [앵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면허증 자진 반납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 속에 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시골 노인들에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버스를 기다리는 78살 강신욱 할아버지.
저녁 반찬거리 등을 사 들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약국에서 약 샀고, 그 다음에 농약사에서 제초제…."]
시내와 마을을 오가는 버스는 두어 시간에 한 대.
오늘처럼 차 없이 나와 간단히 장이라도 보려면 넉넉잡아 4시간이 걸립니다.
'고령 운전자' 논란에 면허 반납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미루게 되는 이유입니다.
[강신욱/78세 : "혹시라도 젊은이들이 나로 인해 다친다든가…. 고민은 많이 했어요. 우선 나 자신도 야간에 상당히 두려워요, 운전하기가. 그래도 불편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납할 수가 없어요."]
운전면허를 딴 지 45년 된 김한복 할아버지도 반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리가 불편해 병원 갈 일이 많아졌는데 버스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입니다.
농사일도 아직 손을 떼지 못해 차가 필요합니다.
[김한복/86세 운전자 : "반납하라고 해봤자 반납할 수가 없지. 이거 아니면 발이 꽉 묶여서 병원 다니고 만날 그러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무리 반납하라고 해도 못 해. 나뿐 아니라 할 수가 없어. 버스 이거 몇 시간에 한 번씩 다니는데."]
수익성 악화로 있던 노선도 폐지하는 지방소멸 위기 속, 면허 반납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인책으로 20만 원가량 일회성 현금 지원을 하지만, 시골 마을 노인들에겐 가닿지 않는 정책인 겁니다.
실제 지난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2.4%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수도권과 부산처럼 대중교통 여건이 나은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교통취약지 경우엔 고령이라는 이유로 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개인에게 수용성이 낮을 수 있고요. 실질적으로 교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고령자 면허증 반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노인들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그래픽: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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