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이슬람 시위 격화…경찰·검찰 인력 추가 투입

영국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이 촉발한 반이슬람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 회의를 열고, 경찰·검찰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3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총리가 장관급 긴급회의를 열어 폭력사태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우리가 본 폭력적인 무질서는 매우 다른 것”이라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무질서를 조장하는 범죄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슬림과 이민자 등을 겨냥한 일부 시위는 폭력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헐 지역에선 이민자들이 수용돼 있던 호텔 창문이 깨져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고, 피의자 4명이 체포됐다. 리버풀, 브리스틀, 맨체스터 등에선 병이 내던져지거나 상점이 약탈당했다. 스토크온트렌트에선 경찰관에게 벽돌이 날아왔다.

반이슬람 집회에 맞서 반인종차별 집회도 열리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벨파스트에선 반이슬람 단체와 반인종차별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지면서 폭죽이 터졌다고 BBC는 전했다. 리즈에서는 반무슬림 시위대 근처에 또 다른 시위대가 모여 “거리에서 나치 쓰레기를 몰아내라”고 외쳤다.

BBC는 9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는 약 2000명의 경찰관이 소속된 130개 부대를 시위 현장에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정부는 주말 시위에서 폭력 혐의로 체포된 이들을 신속히 기소하기 위해 검사 70명을 추가 배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에 극단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온건 성향의 무슬림·이민자 혐오자들도 동참했으며, 온라인상의 소수 극단주의자의 의견이 극우 운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전략대화연구소(ISD)의 제이컵 데이비 연구책임자는 “온라인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많은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출처에서 나온 바이러스성 온라인 허위 정보에 의해 자극받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